신학, 철학, 영성 등 학문에 몰두
1891~1942. 독일 출생 및 순교. 가르멜회 수녀. 유럽대륙의 수호성인. 독일계 유다인 출신인 성녀는 독실한 유다교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11살 때 작은 아버지 죽음을 경험하면서 삶과 죽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하느님 존재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성녀는 하느님이 누구신지, 진리가 무엇인지 깨닫기 전에는 그 어떤 것도 믿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철학, 심리학, 역사학 등을 파고들며 진리를 찾기 위한 학문에 몰두했습니다.
그는 괴팅겐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의 지도교수는 학문에 대한 성녀의 남다른 열정과 뛰어난 학업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그를 교수로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여성이 교수로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성녀는 이에 실망하지 않고 고향으로 내려가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어느 날 친구집을 방문한 성녀는 책장에 꽂혀 있는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전기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그는 데레사 성녀 전기를 읽은 뒤 "이것이야말로 진리"라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하느님 존재와 진리에 대한 해답을 데레사 성녀를 통해 깨닫게 된 것입니다.
무신론자를 자처했던 그는 31살에 데레사 베네딕타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하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고 가르멜회에 입회합니다. 수도회는 성녀가 입회하기 전 쌓아왔던 학문적 업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줬습니다. 덕분에 성녀가 남긴 신학과 철학, 영성과 사상에 대한 연구물들은 현재까지도 교회는 물론 학계에 귀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성녀가 종신서원을 한 1938년은 독일 나치정권 시대로 유다인 탄압이 심해지던 때였습니다. 성녀는 수도원 배려로 네덜란드로 피신해 있었습니다. 그는 피신해 있는 동안에도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이곳에서 십자가 성 요한의 영성을 다룬 「십자가의 학문」을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성녀는 결국 독일 비밀경찰에 의해 체포됐고, 함께 숨어 있던 친언니와 함께 아우슈비츠 수용소 가스실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8년 그를 시성했고, 이듬해 시에나의 가타리나 성녀, 비르지타 성녀와 함께 그를 유럽대륙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했습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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