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1년 8월 13일 토요일
서울시 주민투표 ‘총선 대선 전초전’ 변질 막아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를 앞두고 어제 차기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시장은 “제 거취 문제가 주민투표 자체의 의미를 훼손하고 진심을 왜곡하고 있기에 입장을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 결과에 서울시장 직을 거는 문제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에 대해 “제 개인의 일이 아닌,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고 강조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오세훈 개인의 정치적 운명과 연관짓는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다. 주민투표를 통해 국민에게 좌파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싸운 우파의 대표적 정치인으로 각인시킴으로써 차기 대선 도전에 디딤돌로 삼으려는 승부수 아니냐는 것이다. 오 시장을 향해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라는 일각의 주문도 이런 시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오 시장의 불출마 선언은 다른 복잡한 정치 상황과 맞물려 있을 수 있다. 차기 대선에서 ‘박근혜 대세론’을 뛰어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했을지 모른다. 내년 대선에서 비켜섬으로써 야권의 정치적 공세를 차단하고 주민투표에 친박(친박근혜)을 포함한 여권 표의 결집을 유도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그러나 의도가 무엇이든 주민투표 자체와는 무관하다. 주민투표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순수한 주민 의사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24일 치러지는 주민투표는 소득 수준을 따지지 않는 전면 무상급식과 소득 수준을 감안한 선택적 무상급식 가운데 어느 쪽이 옳다고 보는지 서울시민에게 묻는 것이다. 투표 결과는 단순히 서울시 학교급식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전체의 복지 방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 ‘무상복지 시리즈’의 향방을 가르는 고개가 될 수 있다. 서울시민은 주민투표에 참여해 어느 쪽이든 분명하게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본다.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거는 문제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시장직을 걸면 투표율을 높여 주민투표 성립에 필요한 33.3%를 넘기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자치단체의 정책투표에 자리를 거는 것이 전례로 굳어지면 앞으로 주민투표 실시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정책투표가 아니라 오 시장과 한나라당 정권에 대한 신임 투표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본질이 아니라 부수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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