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1년 8월 19일 금요일
‘자유민주주의’ 아니라면 어떤 민주주의인가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헌법에서 북의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체제로 자유민주주의를 택했다. 헌법에서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했고 법치주의와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 세계는 이런 나라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라고 부른다. 헌정체제가 자유민주주의와 전체주의, 권위주의로 구분된다는 것은 헌법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상식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유럽에서 시행되는 것과 같은 사회민주주의도 포괄하는 개념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달 9일 확정한 ‘2011년 역사교육과정’을 놓고 ‘자유민주주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2011년 역사교육과정은 앞으로 한국사 교과서를 제작할 때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집필 방향과 기준을 말한다. 교과부는 최종안을 발표하면서 시안(試案)에 들어 있던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꿔 고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학자들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로 다시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며 반발한다.
반대론자들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는 냉전시대에 반공주의적 색채를 띠고 있으며 시장과 경쟁, 남북대립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사용했다”면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교과부는 “이번 교육과정 개편은 헌법정신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뤄졌다”며 “헌법 전문(前文)과 1장에 들어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근거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헌법 전문에는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고 명시돼 있다.
이번 논쟁은 결국 ‘민주’와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우리 사회에는 ‘민주’라는 말을 같이 내세우면서도 각기 다른 개념으로 바라보는 일이 두드러진다. 친북좌파 진영은 민주국가를 노동자 빈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으로 인식하는 민중민주주의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이들이 싫어하는 신자유주의라는 의미로 오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주의 이론의 대가로 한국을 방문한 래리 다이아몬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liberal)는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 정도를 말하는 게 아니라 권력의 자의적 행사에 대한 통제를 의미한다”며 신자유주의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심화하면서 보다 높은 특성을 갖고 있는 상태”라며 “권력에 대한 통제, 법치주의, 정부의 투명성, 개인권의 보호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민주주의에는 자유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민중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 등 여러 갈래가 있다. 옛 소련과 중국 등 공산권이 내세우는 ‘인민(人民)민주주의’는 예외 없이 독재로 흘렀다.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상정하는 민주주의가 자유를 뿌리로 하는 민주주의와 다르다면 도대체 어떤 민주주의를 머리에 그리고 있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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