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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의 脫이념은 빗나갔다

namsarang 2011. 8. 24. 23:51

[배인준 칼럼]

 

이 대통령의 脫이념은 빗나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가 1년 반으로 줄었지만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이제라도 이념 문제를 통찰하고, 정치 사회 교육 등의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가정체성 왜곡을 바로잡는 리더십을 보여주기 바란다. 다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도 이념체계를 분명히 하고 이를 국민에게 밝혀 심판받아야 마땅하다. 국민은 차기 주자들이 어떤 이념을 구현할 사람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잘못 뽑았다’는 후회를 안 할 수 있다.

이념의 시대는 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탈(脫)이념적이라고 볼 수 있다. 2008년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가야 한다” “이념의 시대는 갔다”는 선언과 함께 임기를 시작했고, 그해 제헌절에는 자신의 실용주의에 대해 “한반도에서 이념 싸움은 끝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념을 ‘낡은 가치’라고 했고, 지난주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이념의 정치에서 생활의 정치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념의 정치와 생활의 정치는 선택이 아니라 다 필요하다.

이 대통령의 탈이념 지향은 현실 도피로 비쳤으며, 사회의 이념적 대립과 이에 따른 혼란 및 국력 낭비를 줄이지 못했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각 분야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한다’는 헌법정신을 경시하고, 저마다 다른 실용과 이익을 좇아 충돌하는 ‘원시적 이념상태’로 돌아간 느낌마저 든다. 좌파 정치권과 노동계 연합세력이 국가기관에 몰려가 간첩수사를 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헌법 수호야말로 대통령의 최대 책무다. 그 핵심은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 수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정책 추진 등이다. 이를 위해 안보태세를 확립해야 한다. 그러자면 헌법적 가치를 흔드는 이념적 도발에 단호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탈이념을 강조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념 갈등을 완화하고, 중도좌파까지 지지층으로 흡수하려는 생각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결과는 탈이념이 안이했음을 보여줬다.

임기 초반에 이 대통령의 기를 꺾은 광우병 시위 사태부터 지극히 이념적이었다. 주도세력의 동력은 ‘반보수정권·반미·친북’이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유독 집요하게 반대하는 세력의 상당수도 이런 수구좌파 이념에 빠진 사람들이다. 이렇게 말하면 ‘색깔론’이라고 반격하는 것이 이들이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결정한 국책사업인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을 반년째 중단시키고 있는 중심세력도 종북좌파다. 지난 토요일 서울광장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을 고발하는 영화 ‘김정일리아’를 상영한 대학생들에게 행패를 부리고 행사를 방해한 것은 민주노총 시위대였다.

MB, 이념과 담론의 힘 성찰해야

조승수 노회찬 심상정 씨 등은 민주노동당의 종북주의에 반대해 탈당했다. 또 민노당에 가입했던 어느 사회활동가는 ‘우리의 행동을 장군님(김정일 지도자 동지)은 어떻게 생각하실까?’하는 말이 그 안에서 터져 나오는 것을 듣고 탈당했다고 한다. 민노당과 그 핵심모체인 민노총은 여러 차례 공안당국의 간첩수사 대상이 됐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오직 선거 승리를 위해 민노당에 손을 내밀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을 한국사 교과서에 명시하지 말라는 사람들도 있다. 자유를 빼고 민주주의만 써야 한다는 요구다. ‘반공주의적 색채를 띠고 있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용어에 반대하는 이유의 하나다. 반공주의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데, 거꾸로 용공(容共)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로 일어선 우리를 위협한다. 대한민국은 공산주의의 침략을 받았고 지금도 그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자유를 버리고 민주주의만 명기할 경우, 특정 계층의 민주적 지배를 내세워 실제로는 예외 없이 일당독재로 흐른 인민(민중)민주주의를 배제하기 어려워진다. 히틀러의 나치도 스스로 민주주의라고 일컬었고, 가장 반민주적인 3대 세습을 강행하는 김일성 왕조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자칭한다. 자유민주주의 용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런 체제까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인가. 의도가 그렇다면 이는 대한민국 체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남한을 뒤엎어 북한 중심의 통일을 해야 한다는 극좌 유물사관 소유자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 국사학계에 많다는 얘기는 무얼 뜻하는가. 북한을 미화하고 대한민국을 폄훼하는 국사교과서를 집필한 사람이 현 정부 아래서 국사편찬 핵심분과의 책임자로 발탁되는 현실은 과연 정상인가.

대한민국 지도자는 탈이념을 할 수 없다. 대통령이 이념의 시대는 갔다고 하니까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국민의식마저 약화돼 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념과 담론의 힘을 성찰해야 한다. 실용만으로 이념과 담론을 대체할 수는 없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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