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일기

이주민들 문화를 배려하자

namsarang 2011. 9. 7. 23:28

[사목일기]

 

이주민들 문화를 배려하자

최병조 신부(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우리 센터는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를 잘 수용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어 말하기 대회, 요리교실, 다문화 축제 등을 열고 있다. 이주민들이 우리 문화를 잘 수용하고, 내국인과 이주민이 한 가족이 되는 이상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주민들 의식을 들여다보면서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어떤 결혼 이주민 여성 얘기다. 어느 날 우연히 남편 휴대전화를 열어보고 너무 화가 났다. '오빠 뭐해, 전화해'라는 문자메시지가 있었던 것이다.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낸 여자가 누구냐'고 따져 묻고 싶었지만 남편 휴대전화를 몰래 열어본 것이 부끄러워 그날은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다음날 또 '오빠, 빨리 와'라는 메시지가 온 것을 발견했다. 그는 너무 화가 나 시어머니에게 얘기했다. 시어머니가 아들을 불러 물으니, 남편은 유흥업소에서 스팸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자지러지게 웃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으로 오해했던 그도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같이 웃었다는 얘기다.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다문화 가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결혼 이민자들과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천안함 피격사건 소식을 들었다. 일행은 모두 전쟁이 일어날 것을 걱정하면서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남편과 아이들은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다.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렇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이들은 절반의 한국인이다. 자신이 태어난 고국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그들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인 것이다.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이주민 남성 얘기다. 어느 날 아내의 친정, 즉 처갓집에 갔다가 밭에서 고추 따는 일을 도왔다. 농사에 익숙하지 않아 고추 따는 일이 어려웠지만 장인이 원하는 일이라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하지만 쉬는 시간에 자꾸 막걸리를 권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었고, 더욱이 술을 마신 후 고추를 따는 일은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문화도, 다른 문화권 출신 이주민들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런 문화적 충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를테면 술자리에서 억지로 술을 권하는 등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한국문화를 강요하는 분위기를 느낄 때가 많다.

 

 물론 처음엔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거부감을 갖던 이주민들도 이내 우리 문화에 동화되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주민들 문화를 배려하고, 건전한 우리 문화를 가르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