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조 신부(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전국적으로 이주민이 늘어나면서 결혼이주민지원센터도 늘고 있다. 결혼이주민지원센터는 다문화센터로 영역을 넓혀가는 추세다. 이는 이주민들을 사회 일원으로 품어 안으려는 정부 노력의 일환이다. 다문화센터에서는 한국말교육과 자녀양육교육, 언어치료교육 등 다양한 생애주기별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맞갖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교회, 특히 본당의 노력은 어떠한가? 언어적 한계와 자국민 중심 사목 때문에 이주민사목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봐야 한다. 이주민들을 위한 분과나 속인중심 소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본당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집안에 새 며느리가 들어오면 뼈대가 있는 집안은 체질을 바꾼다고 한다. 교회도 이들을 수용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때가 됐다. 이주민들은 현재 사목체계 안에서 좀처럼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판공성사 기간에 어떤 결혼이민자가 나를 찾아왔다. 성사를 봐야 하는데 집 근처 본당에서는 도무지 성사를 볼 수 없다고 했다. 언어적 한계로 인한 두려움이 이유였다. 또 다른 결혼이민자는 자녀를 데리고 찾아왔다. 자녀가 첫영성체를 할 때가 됐는데 본당에서 실시하는 첫영성체 교육에 적응을 하지 못한 것이다. 우선 아이는 한국말로 된 기도문을 제대로 외우지 못했고, 엄마도 한국말로 기도문을 암송하는 것이 서툰 나머지 아이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다문화 가정이 갖고 있는 한계였다.
이렇게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민들을 위해 교구와 본당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우선 본당에서 이들을 사목하기 위한 분과와 속인구역을 만들어야 한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사회교리에 따라 이주민들을 수용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복지서비스밖에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교회 공동체가 그들 신앙생활을 이끌고 한국에서 행복한 삶을 안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양성 안에서 조화' 원칙에 따라 본당을 다양한 방법으로 운영해야 한다. 실제로 대부분 본당은 한국신자들만을 위한 사목을 하고 있어 지역 본당에 이주민들이 둥지를 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미국교회처럼 이주민들을 위한 속인본당을 허락해야 한다. 속인본당을 설립하기에 앞서 이주민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이주민사목을 할 수 있는 본당을 '다문화본당'으로 지정하는 교회 결단이 필요하다.
하느님 나라는 국적과 인종, 신분 차이가 없는 나라다. 우리도 열린 마음으로 다문화를 수용해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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