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1년 10월 6일 목요일
돈 받고 법 만드니 국민이 등 돌리지
2009년 청원경찰 처우 개선과 관련한 청원경찰법 개정을 위해 청목회가 국회의원 38명에게 3억830만 원의 불법 후원금을 제공한 것이 이른바 청목회 사건이다. 청목회는 회원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소액의 후원금을 전달한 것으로 위장(僞裝)했으나 검찰 수사에서 청목회가 조직적으로 간여했음이 드러났다. 정치자금법은 개인이 아닌 단체나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와 청탁성 정치자금 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재판부는 “청원경찰법 개정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받은 것은 정치자금 부정을 방지하려는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해 해당 의원들의 후원금 수수가 입법 로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불법 청탁을 받고 법을 만들어주는 것은 의회민주주의의 심각한 타락이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은 부끄러워하거나 반성할 줄 모른다. 오히려 정치자금 수수를 용이하게 하면서 청목회 사건 관련 의원들에 대한 법적 처벌을 무력화하기 위해 현행 정치자금법을 뜯어고치려는 시도를 서슴지 않았다. 검찰 수사에 대응해 검찰의 권한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손을 보겠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사법부를 압박하기까지 했다.
청목회 사건과 그 이후의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은 잇속 차리기에 급급하며, 끼리끼리 서로 감싸는 행태로 일관했다.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만든 법을 위반하고 금배지를 특권인 양 여기는 풍토에서 건강한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 최근 국민이 기성 정당에 등을 돌리는 현상은 국회의원들의 이런 행태와 관련이 깊다.
몇 년째 지속된 ‘박근혜 대세론’을 누를 정도로 어느 날 갑자기 ‘안철수 현상’이 부각한 것이나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정치에 뛰어든 지 1개월 된 시민운동가한테 판정패한 것도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혐오가 누적된 결과다. 정치권이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정당정치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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