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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바란다

namsarang 2011. 10. 27. 00:08

[사설]                                                                                                                                                                                                               2011.10.27(목)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바란다

 

기사입력 2011-10-27 03:00:00      

 
시민운동가에서 일약 수도 서울의 시장으로 선출된 박원순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우려를 불식하는 것이 급선무다. 박 시장이 오랫동안 고락(苦樂)을 함께한 시민단체 사람들을 대거 동반하고 서울시에 입성해 전임 시장이 추진한 사업들을 온통 뒤바꿔 놓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서울시민 사이에서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박 시장은 수많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지원을 받았다. 서울시 고위 간부는 물론이고 하위직과 산하기관에 시정(市政) 경험이 부족한 시민단체 출신을 다수 기용할 경우 기존 공무원들과 갈등을 초래하고 시정의 혼란을 초래하기 쉽다.

박 시장도 13일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서울시에 들어가나”라는 질문에 “선거를 도와줬기 때문에 함께 시정을 맡기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서울시에) 들어간다고 해도 전문성이나 역량이 검증돼야 한다”면서 “서울시 공무원을 배제하고 외부에서 무리하게 온 사람들이 (시정을 좌우)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약속이 지켜지기를 바란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초중생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오세훈 시장이 사퇴하면서 갑자기 실시됐다. 박 시장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숙성시킨 공약을 내놨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박 시장의 많은 공약이 구체성이 부족했고 당선 후 재검토하겠다는 수준이었다. 80%가 진행된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의 경우 박 시장은 “중단시키겠다” “(공사를 중단시켜) 전시성 사업의 표본으로 그냥 두겠다”고 했지만 최근 박 시장 캠프 관계자는 “이미 상판을 걷어내는 공사에 들어가 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태도를 바꿨다.

박 시장은 1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시정의 일관성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시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전임 시장이 한 것을 모두 부정하고 뒤집는다면 시정이 일관성을 잃고 세금 낭비도 심각해진다. 당장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관련해서 무엇이 전시성 사업인지 가리는 것도 쉽지 않다. 객관성과 전문성이 인정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합리적 결론을 내려야 한다.

박 시장은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럽거나 서울시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공약들은 재검토하는 것이 옳다. 서울시 부채를 7조 원이나 줄이겠다면서 공공임대주택을 8만 채나 건설하겠다고 한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럽다. 공공임대를 떠맡을 SH공사는 재정적으로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건설한 공공임대가 12만 채에 불과하다.

서울시장은 기본적으로 일로 평가받는 자리다. 서울시장이 현실정치에 개입하다 보면 시정은 뒷전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초 서울시장을 하겠다면서 천명한 포부와도 거리가 멀다. 박 시장은 진보좌파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지만 좌우 편 가르기나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세력에 대한 배척으로 우리 사회를 더 분열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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