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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은 한국인… 동아일보가 일장기 삭제”

namsarang 2011. 12. 16. 10:29

 

“손기정은 한국인… 동아일보가 일장기 삭제”

 

IOC홈피, 금메달 75년 만에 바로잡아… 일제강점기 ‘출전의 아픔’ 보완 설명

손기정 선생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지 75년 만에 한국 국적과 이름을 되찾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최근 대한체육회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홈페이지 선수 소개란에 손기정이 일본식 이름 ‘기테이 손’으로 표기된 시대적 배경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IOC는 “동아일보가 시상대 위에 서 있는 손기정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셔츠의 일장기를 지웠다”(밑줄 친 부분)고 설명했다. IOC 홈페이지

 

“한국의 손기정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뒤 국민 영웅이 됐다. 동아일보는 8월 25일자 신문에 그의 승리를 전하며 한 가지를 바꿨다. 손기정의 셔츠에 붙어 있는 일장기를 지웠다. 일본 식민지 정부는 동아일보 기자 8명을 징계하고 9개월간 정간 조치를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5일 손기정 선생(1912∼2002)의 국적을 한국이라 적시하며 그를 한국민의 자긍심이라고 표현했다. IOC 홈페이지는 손기정 코너(www.olympic.org/kitei-son)에 일제강점기 한국인 손기정의 아픔을 실었다. 동아일보의 명예로운 역사도 함께 담았다.

대한체육회(KOC)는 지난달 말 IOC에 손 선생의 일본 이름과 국적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IOC는 KOC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손기정 코너에서 그의 우승 소식과 함께 시대 배경을 상세하게 다뤘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동메달을 딴 남승룡 선생(1912∼2001)도 처음으로 언급했다.

IOC는 “한국의 손기정은 (올림픽 전해인) 1935년 11월 3일 2시간26분42초의 마라톤 세계신기록을 세웠다”고 적었다. 다만 손기정 코너 메인 화면에서 ‘손기정(Sohn kee chung)’ 대신 일본식 이름 ‘기테이 손(Kitei Son)’으로 표기한 것은 바뀌지 않았다. 베를린 대회 당시의 기록은 역사이기에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 “출전 당시 기록 바꾸면 역사적 혼란”… 일본식 이름 ‘기테이 손’은 그대로 둬 ▼


IOC는 “손기정이 뛰어난 마라토너였지만 일제강점기였기에 일본 국적으로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손 선생을 ‘강렬한 민족주의자’라고 표현했다. 베를린 대회 당시 언제나 한국 이름으로 사인을 했고 어느 나라 출신인지를 물으면 일본이 아닌 한국이라고 답했다는 거였다.

손 선생은 베를린 대회 마라톤에서 2시간29분19초로 우승했다. 디펜딩 챔피언 후안 카를로스 자바라(아르헨티나)와 어니 하퍼(영국·은메달) 등을 2분 이상 따돌린 완벽한 승리였다. 그러나 손 선생은 1위로 골인한 뒤 환호하지도 만세를 부르지도 않았다. 그는 경기 직후 “육체는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마음과 정신을 장악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손 선생은 3위 남승룡과 시상대에서 고개를 숙였다. 일장기가 올라가고 일본 국가가 연주되자 조국을 잃은 아픔을 침묵으로 항의했다.

 

동아일보가 1936년 8월 25일자 2면에 일장기를 지우고 게재한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시상식 사진. 동아일보DB

 

IOC는 광복 후 손 선생이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기수로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고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 사실도 소개했다.

IOC는 KOC에 보낸 공문에서 “손 선생의 국적과 이름을 바꾸는 문제는 1987년 집행위원회에서부터 논의됐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 당시 등록된 내용을 바꾸는 건 역사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 방침을 보였다.

KOC 최종준 사무총장은 “IOC는 ‘손 선생의 국적과 이름을 바꿔주면 식민 지배를 겪었던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하지만 이번에 손 선생이 한국인임을 적시하는 내용을 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 선생은 올림픽 운동을 꾸준히 해왔고 대한체육회의 첫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된 만큼 한국 국적과 이름을 완벽하게 되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