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우선]
구제역 백신 둘러싸고도 괴담이라니 …
기사입력 2011-12-23 03:00
임우선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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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축산농가들 사이에서 일명 ‘백신 괴담’이 흉흉하다. 정부는 올 초 구제역 대란을 겪은 뒤 전국의 축산농가에 의무적으로 구제역 예방접종 백신을 놓도록 했다. 그런데 이 백신을 맞으면 오히려 가축이 죽거나 새끼를 유산하는 등 이런저런 문제가 생긴다는 게 백신 괴담의 요지다.
이런 소문은 구제역 대란이 한창 진행 중이던 올 초부터 조금씩 흘러나왔다가 구제역 바이러스의 활동이 심해지는 겨울이 찾아오면서 심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그런 얘기가 도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니) 금방 사라질 줄 알았다”고 말했다.
축산농가들 사이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빠르게 퍼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가축들의 구제역 항체 형성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등 백신 접종을 회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정부는 축산농가가 백신을 투여했는지 집중 단속하고, 적발 시 벌금(최대 500만 원)까지 물리겠다고 나섰지만 백신 괴담과 이에 따른 불안감은 계속됐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달 전국 49개 시군 6364개 축산농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 설문에서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34.7%(2207개)의 축산농가가 ‘백신 접종 후 2주 내에 부작용이 있었다’고 답했다. 주요 증상은 새끼를 유산하거나 폐사했으며, 수태율이 낮아지고 살도 빠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중 부작용이 심하다고 주장한 30농가를 대상으로 정밀 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조사를 주관한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는 “이들 농가는 올 1, 2월 백신접종 당시 (쓰면 안 되는) 차가운 상태의 주사액을 주입하고, 불안감 때문에 정량보다 과도한 백신을 접종해 돼지에게 스트레스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며 “호흡기 질환으로 폐사하거나 인공수정 금지 기간이라 새끼를 배지 못했던 것도 백신 접종 기간에 벌어진 일이란 이유로 ‘백신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돼지는 조사농가 모두 올 2월 이후로는 폐사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1, 2월의 일을 지금도 여전한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백신 괴담’은 낭설이라는 결론이다.
근거 없는 소문을 믿고 백신 접종을 회피하는 농민들도 문제지만 백신 괴담이 퍼지기 전에 정부가 축산농가들의 우려를 귀담아듣고 좀 더 빨리 광범위한 조사와 결론을 내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임우선 산업부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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