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은 방바닥을 고루 덥혀주기 때문에 습기가 차지 않고 화재에도 비교적 안전하다. 한번 뜨거워진 구들장은 오랫동안 방바닥을 따듯하게 해주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연기와 재 등이 방에 남지 않으므로 청결한 생활이 가능하며, 특별한 가구 없이 지낼 수 있기 때문에 실내 공간 활용에도 장점이 있다. 따라서 과거의 많은 전통문화가 사라졌음에도 온돌만큼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어떤 이들은 온돌을 가장 이상적인 온방 시스템이라고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온돌이 빠르게 확산되지 못했던 것은 몇 가지 문제 때문이었다. 먼저 방안 전체에 열기가 고루 전달되도록 고래를 놓고 구들장을 만드는 것이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쉽게 전해지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방을 뜨겁게 가열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온도 조절이 어렵다는 점도 단점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온돌방은 열효율이 30%에 불과해 열손실이 큰 난방시설인 만큼 많은 연료를 소비하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조선 후기의 학자 성대중(成大中:1732∼1812)의 [청성잡기(靑城雜記)]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온돌이 유행하게 된 것도 김자점(1623년 인조반정의 1등 공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옛날에는 방이 모두 마루여서 큰 병풍과 두꺼운 깔개로 한기와 습기를 막고 방 한두 칸만 온돌을 설치해서 노인이나 병자를 거처하게 하였다. 인조 때 도성의 네 산에 솔잎이 너무 쌓여 여러 차례 산불이 나서 임금이 근심하자, 김자점이 이에 오부(五部)의 집들에 명해 온돌을 설치하게 하자고 청하였으니, 이는 오로지 솔잎을 처치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두 따뜻한 걸 좋아하여 너 나 할 것 없이 이 명령을 따라 얼마 안 가서 온 나라가 이를 설치하게 되었다. 지금은 이 온돌의 폐해가 심하니, 젊은 사람들이 따뜻한 데 거처하면 근육도 뼈대도 약해지며, 습지나 산이 모두 민머리가 되어 버려 장작과 숯이 날이 갈수록 부족해지는데도 해결책이 없다.”
성대중의 말처럼 온돌은 많은 연료를 소비하게 되어 산에 나무가 고갈되게 만들었다. 땔나무가 부족해져 양반들조차 추위에 떠는 경우도 생겼다. 19세기말 조선을 방문한 선교사들은 조선의 산에 나무가 없음을 신기하게 여길 정도였다.
기후 변동과 온돌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조선 후기에 온돌이 전국적으로 급격하게 퍼진 것은 16〜17세기의 기후변화 때문이었다. 이 시기에는 전세계적으로 추위가 닥친 시대였다. 겨울의 기온이 급격하게 낮아져 화로와 휘장만으로는 추위를 감당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온돌이 널리 퍼져 보편화되었다. 이에 따라 온돌방을 만드는 기술도 함께 발전하면서, 17세기 말에는 온돌방이 주택의 중심이 되었다.
온돌방의 확산으로 인한 변화
온돌방의 확산은 주거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마루방이 감소한 것은 물론, 안방에 난방을 하기 위해 남쪽에 아궁이를 놓다보니, 안방이 어두워졌다. 아울러 아궁이를 이용해 취사를 하기 위해 부엌을 설계하다 보니 부엌이 방보다 낮아져, 주부의 생활 동선이 나빠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쓰이던 의자, 침상, 휘장 등이 퇴출되었다. 대신 온돌 바닥에 앉아 생활하기 쉽도록 문갑, 탁자 등 가구의 높이가 낮아졌다. 휘장의 퇴출은 섬유의 소비를 줄여, 여성들의 베짜기 일거리를 축소시키는 결과까지 낳았다. 성대중의 말처럼 활기차게 몸을 움직이며 돌아다니기 보다는 온돌방에 앉아서 생활하느라 사람들이 게을러지기도 했다. 또한 난방을 위해 산에서 나무를 베다 보니, 가뭄과 홍수에 취약해져 농업 생산에 나쁜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좌식생활은 조선 후기의 모습
쪽구들에서 온돌방으로의 변화는 우리나라 주(住) 생활사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을 크게 바꾸었다고 할 수 있다. 조선 후기 뜨듯한 아랫목에서 좌식생활을 하던 사람들과, 그 이전 시기 입식생활을 하던 사람들의 생활상은 많이 달랐던 것이다.
참고문헌: 주남철, [온돌의 기원과 변천], [한국민속문화의 탐구], 국립민속박물관, 1996;류제헌, [중국역사지리], 문학과지성사, 1999;김용만, [고구려의 그 많던 수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 바다출판사, 1999; 한국고문서학회 저,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 역사비평사, 2006; 강인욱, [춤추는 발해인], 주류성, 2009; 서지은, 홍승재, [백제의 영역확장과 온돌 유적에 관하여], [한국건축역사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논문집], 한국건축역사학회, 2006;공복석, [경남 서부지역 삼국시대 수혈건물지의 구들 연구], [한국고고학보]66집,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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