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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끼리’ 외치더니 탈북자는 죽어도 좋은가

namsarang 2012. 2. 24. 23:50

[사설]

 

‘우리민족끼리’ 외치더니 탈북자는 죽어도 좋은가

 

 
중국 정부의 북한이탈주민(탈북자) 강제 북송(北送) 문제가 국제사회의 인권 이슈로 빠르게 부각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달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서 탈북자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기로 했고,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UNHRC에 낸 보고서에서 “한반도 주변국은 유엔난민협약의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을 겨냥한 비판이자 주문이다. 미국 의회와 국제의회연맹(IPU)도 탈북자의 인권 존중을 강하게 촉구했다.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어제 탈북자 강제 북송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새누리당 소속 김형오 전 국회의장,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 등 29명이 서명한 ‘초당적’ 결의안인 만큼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영화배우 차인표, 개그우먼 이성미 씨도 탈북자 북송 반대 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우리민족끼리’ 세력은 탈북자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다. 통합진보당도 마찬가지다. 6·15 남측위원회에 참여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남측본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등은 탈북자 문제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제주 해군기지 반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촉구, 한미 정례군사훈련 반대 등 종북주의(從北主義) 정치투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대북(對北) 활동가는 “2004년 베트남을 통해 468명의 탈북자가 대거 국내에 들어온 뒤 북한의 반발로 남북관계가 1년여 중단되자 종북좌파들이 ‘탈북을 부추기는 기획 탈북을 중단시키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들 세력의 요구는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에서부터 총선과 대선에서의 보수세력 심판론에 이르기까지 북한 정권의 주장과 일치한다. 북한의 대변자 같다. 이들은 우리 형제자매나 다름없는 북한 주민이 목숨을 걸고 생지옥을 탈출하다 잡혀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갈 상황이 됐는데도 “북한의 체제 안정” 운운하며 입을 닫고 있다. 탈북자 문제는 이념이나 가치의 차원을 떠나 인간 생존의 문제다.

새누리당과 외교통상부가 어제 당정 협의를 통해 중국 내 탈북자들에게 ‘한국인 증명서’ 발급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좋은 방안이다. 중국 공안은 중국 내 탈북자들을 무국적자와 불법 월경자로 다루고 있다. 명백히 북한 이탈 의사를 밝혔고 한국에 가족이 거주하는 탈북자에게라도 한국인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발급해 준다면 한국행(行)의 희망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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