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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비리 무시한 민주당 공천 오만하다

namsarang 2012. 2. 27. 22:38

[사설]

 

불법 비리 무시한 민주당 공천 오만하다

 

 
민주통합당 출범에 결정적 역할을 한 친노(친노무현) 외곽단체 ‘혁신과 통합’은 20일 성명을 내 “불법 비리 혐의 후보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라”고 민주당에 요구했다. “확정 판결이 나기 전이라도 법률적으로 다툼의 여지없이 사실관계가 확인된 경우에는 공천에서 배제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상임 대표단에 속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지사가 성명서에 서명했고 문성근 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를 낭독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24일 19대 총선 2차 공천자를 발표하면서 불법 비리를 대수롭지 않게 간주했다. 현대차그룹과 제일저축은행에서 1억15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바로 전날 불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을 강원 동해-삼척 공천자로 결정했다. 보좌관이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1억여 원을 불법 수수한 사건의 공동정범으로 인정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도 서울 성동을에 공천됐다. 공직 진출자는 남다른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는 유권자의 기대를 짓밟는 오만이다.

신경민 대변인은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상 무죄추정(無罪推定)의 원칙은 인권의식이 높지 못하던 시절 범죄 혐의자를 곧바로 범인 취급하는 ‘인권 경시’를 시정하고 법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정당의 공천에 이 원칙을 대입하는 것은 불법 비리를 저지른 공천 후보자를 봐주려는 합리화일 뿐이다. 그런 식이라면 고위 공직자 후보 인사청문회에서도 대법원에서 확정된 비리가 아니면 다른 법적 도덕적 문제로 시비를 걸 수 없을 것이다.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거나 기소된 후보자가 당선된 뒤 유죄 확정판결이 나 의원직을 잃는다면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강원도지사 후보로 공천돼 당선된 이광재 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은 이번 공천 심사에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부패 비리 전력자라도 공천심사위원 과반이 찬성하면 면죄부를 주기로 했다. 18대 총선 때 통합민주당(민주통합당의 전신)의 공천심사위원장이었던 박재승 변호사는 “도둑질을 한 사람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데 억 단위를 꿀꺽한 정치인이 출마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른 편 사람들에게는 엄격하게 법과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자기편 사람들에겐 느슨하다 못해 ‘억울하게 당했다’는 식으로 정치적 공세까지 편다. 기막힌 이중 잣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