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주님 승천 대축일-복음 선포는 사랑의 삶을 통해

namsarang 2012. 5. 20. 11:00

[생활 속의 복음]

 

주님 승천 대축일-복음 선포는 사랑의 삶을 통해

 

 

서광석 신부(전주교구 신풍본당 주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열 한 제자에게 나타나시어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 제자들은 사방으로 나가 복음을 전했고, 주께서는 그들과 함께 계시며 기적을 행하게 하심으로써 복음이 참되다는 것을 증명해 주셨다.

 하느님의 본질인 사랑이 세상에 오시어 사람이 되셨다. 피조물에게 창조주의 사랑을 일깨워 인간을 그분 영역에 들어가게 하기 위함이다. 신앙은 '하느님의 본질은 사랑이시다'는 것을 믿는 것이며, 이를 전하는 것이 복음 선포다.

 예수 승천의 의미는 예수께서 인류 구원사명을 완수하시고 인간으로서 하느님 영광에 들어가심을 뜻한다. 영광에 들어감이란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받는 피조물 세계에서 시공을 초월한 4차원으로 넘어감을 뜻한다. 승천하신 예수님은 성령을 보내주시어 3차원에서 머물고 있는 우리와 언제, 어디서나 함께 계신다.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했을 때 군인들은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가장 혹독한 박해 대상인 승려는 침략군이 들어오자 산악 지방으로 달아났다. 작전을 지휘한 장군은 "장군께서 진격하신다는 소문에 승려들이 모두 산으로 도망갔습니다"라는 선발대 중위의 보고에 기뻐했다.

 기쁨도 잠시, "한 사람이 남아있다"는 또 다른 보고가 들어왔다. 화가 난 장군은 그 승려를 찾아가 "내가 누군지 아느냐?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칼로 너의 목을 칠 수 있는 사람이다"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승려는 "제가 누군지 아십니까? 저는 당신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칼로 제 목을 내려치도록 놓아둘 수 있는 사람입니다"하고 대답했다.

 세상의 재력이나 권력에 굴하지 않는 신앙인은 그 존재만으로도 사회에 경각심을 줄 수 있는 존재다. 자신의 생명마저 내어주는 이러한 삶은 선교의 가장 좋은 표양이기도 하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이 하느님과 화해하는 길을 마련하셨다. 그리스도인은 인류 구원사업의 도구이므로 기도와 거룩한 생활로 하느님의 길을 세상 사람에게 보여줘야 한다. 십자가 희생으로 하느님께 완전한 제사를 봉헌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겸손하게 봉사하며 평화와 행복을 전해야 한다. 예수님의 사제직과 예언직, 왕직에 참여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한다.

 신문과 방송 등 영상매체를 통한 복음선포는 짧은 시간에 많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진솔한 신앙인의 삶을 직접 체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진정한 삶이란 보여주는 게 아니라 체감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실한 행동이 따르지 않는 신앙 증거는 위선이 될 수 있다. 이런 결점에 대해 간디는 "그리스도는 좋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싫다"고 지적기도 했다.

 자유도 물질도 풍요로운 현대의 신앙인은 예수님을 따랐던 제자들과 초대 교인들에 관해 숙고해야 한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현세적 삶을 초월해 복음을 선포했고, 이스라엘인뿐만 아니라 많은 이웃나라 사람들 사고와 삶을 바꿔 놓았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원로들이 예수님 제자들을 죽이려고 했을 때 율법학자 가말리엘은 "저들의 그 계획이나 활동이 사람에게서 나왔으면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에게서 나왔으면 여러분이 저들을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 자칫하면 여러분이 하느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사도 5,38-39)라고 했다. 이 말은 세상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신앙을 지킨 순교자의 정신과 그리스도교가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온 근원을 설명해주는 셈이다.

 창조와 사랑은 하느님이 인류 역사 가운데서 하시는 일이다. 그리스도인 사명 또한 주님의 거룩한 은총을 받아 움켜쥐고,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 삶으로 전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있는 신성은 하느님이 주신 사랑하는 마음을 지향할 때 확장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토스가 남긴 "가장 훌륭한 사람은 덧없는 것을 버리고 영광을 선택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짐승처럼 배부르게 먹고 싶어 한다"는 말은 우리가 지향하는 삶을 보여줌과 동시에 제 처지를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