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그림

春의 향기 담은 풍속화

namsarang 2014. 4. 10. 19:59

미술관에 갔어요

春의 향기 담은 풍속화

입력 : 2014.04.10 05:36 | 수정 : 2014.04.10 09:00

 

 

[85] 간송문화, 문화로 나라를 지키다 展

두근두근, 콩닥콩닥…. 이것은 무슨 소리일까요? 봄을 맞은 생물들의 마음이 설레는 소리이지요. 겨우내 꽁꽁 얼었던 세상이 녹더니, 드디어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는 봄이 되었어요. 죽은 듯 비쩍 말라비틀어졌던 나무에서 새싹이 돋고, 메말랐던 산 계곡에는 물이 졸졸졸 싱그럽게 흐릅니다. 꽃이 활짝 핀 나뭇가지 위에는 어디에선가 날아온 새들이 앉아 노래하고요. 모든 계절의 변화가 신비롭지만, 봄은 정말로 기적처럼 느껴지곤 해요. 사람들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마음이 설레고 들뜬답니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면 봄이 주는 축복을 즐기고자 야외에서 모임을 갖거나, 나들이를 떠나는 사람이 많지요. 지금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선조 역시 봄나들이를 즐겼어요. 이를 '상춘(賞春)'이라고 해요.

작품1. 신윤복, ‘연소답청(젊은이들의 봄나들이)’ 사진
작품1. 신윤복, ‘연소답청(젊은이들의 봄나들이)’, 18세기, 종이에 옅은 채색.
조선시대 풍속화가 신윤복이 젊은이들의 봄나들이를 그린 작품1을 볼까요? 진달래꽃 피는 봄이 되자, 양반집 젊은이들은 포근한 봄바람 쐬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해졌어요. 도저히 공부방을 지키고 앉아 있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그래서 잔뜩 멋을 내고 집을 빠져나왔군요. 연보라색이나 옥색의 고급스러운 저고리를 입고, 좋은 향을 내는 향 주머니까지 찼어요. 동네 멋쟁이 여인들까지 말에 태워 나들이를 갑니다. 오른쪽 끝에 있는 남자는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 마부 대신 직접 말고삐를 쥐었어요. 자세히 보니 마부의 벙거지 모자까지 뺏어 썼네요. 남자의 갓은 왼쪽 끝에 선 마부가 잠시 맡아둔 듯합니다. 할 일이 없어진 마부는 그냥 시큰둥하게 따라가고 있군요.

작품2. 신윤복, ‘주사거배(술집에서 술잔을 들다)' 작품 사진
작품2. 신윤복, ‘주사거배(술집에서 술잔을 들다)’, 18세기, 종이에 옅은 채색.
작품2의 배경은 주점이에요. 지금 주모가 국자로 동동주를 떠서 손님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마당에는 진달래가 붉게 피었고요. 그림 왼편에는 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시 한 편이 한자로 적혀 있어요. '술잔을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술 항아리 끌어안고 맑은 바람 대한다.' 새 생명이 움트는 싱그러운 봄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입에서도 노랫가락이 흘러나오고, 누구라도 시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러니 겨우내 방 안에서 글을 읽은 선비라면, 봄날을 더욱 환상적으로 만들어줄 시 구절이 입에서 절로 흘러나오겠지요?

작품3. 김홍도, ‘마상청앵(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 듣다)’ 작품 사진
작품3. 김홍도, ‘마상청앵(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 듣다)’, 18세기, 종이에 옅은 채색.

작품3은 김홍도가 그린 봄의 모습이에요. 어느 화창한 날, 젊은 선비가 말에 올라 봄을 찾아 나섰다가 길가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아요. 그것은 파릇파릇 돋아난 버드나무 새싹과 늘어진 가지 위에서 정겹게 대화 나누는 꾀꼬리 한 쌍이었어요. 인간이 가장 동경하는 동물이 무엇인지 아나요? 바로 새랍니다. 하늘 높이 훨훨 날아오르는 것도 부럽고, 또 암컷과 수컷이 사이좋게 어울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도 부럽거든요.

선비는 지금 넋을 잃은 채 꾀꼬리를 바라보며 그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화가의 친구였던 이인문이 이 그림을 보고는 "아리따운 사람이 꽃 밑에서 천 가지 소리로 생황(악기)을 부는 듯하다"라는 감상을 달아주었어요. 봄날의 꾀꼬리 소리가 마치 음악 화음처럼 감동적이었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꾀꼬리 소리를 날마다 내 방 창가에서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옛날 중국에 이런 생각을 했던 황제가 있었어요. 봄이면 황제의 방으로 황금 꾀꼬리가 날아들어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곤 했지요. 황제는 그 새가 어디론가 날아가서 다시는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새를 잡아 새장에 가둬버렸대요. 그리고는 혼자 몰래 꺼내보면서 "나를 위해 어여쁜 목소리로 노래해다오"라고 청했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새장에 갇힌 꾀꼬리는 더는 그 누구를 위해서도 노래를 부르지 않았답니다.

세상에는 아무리 좋아도 가두어두거나 멈출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봄 또한 그런 것 중 하나예요. '상춘'은 몰래 숨겨 놓고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지요. 자연의 축복을 흥겹게 여러 사람과 나누며 실컷 누리는 것이랍니다. 봄이 더욱 기적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기쁨을 나눌수록 몇 배나 더 커지기 때문일 거예요.

[함께 생각해봐요]


여러분도 부모님과 함께 봄나들이를 다녀왔나요? 우리 가족의 봄나들이는 어떠했는지, 기억에 남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보세요. 그 아래에 옛 선비들처럼 짧게 감상 한 구절을 덧붙인다면 더욱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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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