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

“내복으로 찾을 수 있어요”

namsarang 2015. 2. 4. 11:36

[사도직 현장에서]

“내복으로 찾을 수 있어요”

 

 

이상금 수녀(면형이주민문화센터장,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농장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비닐하우스에서 숙식을 한다. 매우 열악한 환경이다. 농장을 방문하면 방과 이불을 살펴보고 냉장고를 열어본다.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고 부족한 것들은 사 주거나 얻어다 준다.

이들은 힘든 노동을 하면서 하루 세 끼 식사를 직접 해 먹어야 한다. 비닐하우스가 들판에 있어서 시장을 보려면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나와야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점심 시간(1시간) 빼고는 휴식 시간 없이 일한다.

가끔 빵이나 음료 등을 갖고 찾아가 간식을 먹는 동안이라도 쉴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곤 한다. 비닐하우스가 많아서 멀리서 보면 어떤 사람이 친구들(외국인 근로자)인지 파악이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신호를 만들었다. 친구들과 “내가 보이면 손을 흔들어요. 그러면 알아보고 비닐하우스로 들어갈게요”하고 약속했다.

어느 날 필리핀 출신 마리엘 자매님과 함께 비닐하우스를 돌면서 빵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들은 당연히 내가 자신을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는지 손을 흔들지 않았다. ‘친구들이 아닌가 보다’ 하고 그냥 돌아가려고 하는데 마리엘씨가 “수녀님, 저 사람들 우리 친구들이에요” 하고 알려줬다.

“자매님이 어떻게 우리 친구들인지 알아요?”라고 물었더니 “다 아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그는 “수녀님! 저 친구들 모두 수녀님이 준 내복을 입고 일하고 있잖아요”하고 알려줬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보니 정말 친구들은 모두 내복을 입고 일을 하고 있었다. 매년 겨울 은인들의 도움으로 삼중 보온 내복을 사서 친구들에게 나눠줬는데, 많은 친구들이 그 내복을 입고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리엘씨는 농장을 찾아다니며 빵을 나눠주는 내내 이렇게 말했다. “수녀님, 걱정 마세요. 친구들은 제가 찾아 줄게요. 빨간 내복과 회색 내복을 입은 사람만 찾으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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