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땅

(39) 다마스쿠스

namsarang 2015. 4. 17. 15:00

[성경 속 도시]

 

(39) 다마스쿠스

 

박해자 사울, 예수님을 만나다


 

▲ 다마스쿠스 구시가지 동쪽 외곽의 거리 모습. 출처=「In the steps of Saint Paul」




나는 오래 전 성지순례차 다마스쿠스에 갔다. 당시 과거와 현재가 혼합돼 있는 느낌이었고 전체 도시가 생기발랄한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시리아 지역 시골에서 만난 사람들은 넉넉한 살림살이는 아니었지만 정이 많고 순박했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런데 지금은 오랜 내전 등으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나라가 폐허가 되어가고 있다.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고 이 도시에 평화가 내리길 기도해본다.

기원전 3000년쯤 세워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손꼽히는 다마스쿠스는 시리아의 수도로 중세기 한때는 이슬람 제국 전체의 수도였다.



아름다운 도시, 교통의 중심지

‘다마스쿠스’라는 이름은 기원전 15세기부터 사용했다. 옛날부터 ‘동양의 진주’라고 불렸다고 하니 그 규모와 아름다움을 짐작할 수 있다. 긴 역사를 지닌 다마스쿠스는 이슬람 문화의 4대 도시(메카, 메디나, 예루살렘, 다마스쿠스) 중 하나로 예로부터 전략적 요충지였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대상 무역로로 유명했고 아라비아 반도와의 통상로 등 교통의 중심지였다.

다마스쿠스는 본래는 구약 성경에 나오는 아람의 수도였지만 기원전 732년 아시리아 제국에 의해 멸망했다. 이후 신바빌론, 페르시아, 마케도니아의 지배를 받다가, 서기 1세기에 로마 제국의 속주 시리아의 수도가 됐다. 당시 다마스쿠스에는 이미 많은 유다인들이 살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다마스쿠스는 비교적 성경에 많이 언급되는 도시다. 구약에서 나오는 인물은 유명한 시리아의 장수 나아만이다. 나아만이 나병을 치유하는 이야기이다. 나아만이 나병을 고치려고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사마리아까지 찾아와 엘리사 예언자의 말에 따라 요르단 강에 내려가 몸을 씻고 나병을 고쳤다는 극적인 이야기다(2열왕 5,1-27).

성경 속 인물 중에 이 도시와 관련을 맺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역시 바오로 사도가 아닐까. 사울(개종 전의 바오로 사도의 이름)은 본래 철저한 바리사이였고 열심한 유다교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앞장서서 박해했고 교회를 아예 없애 버리려고 남자든 여자든 신자를 잡아다가 감옥에 넘겼다(사도 8,1-3 참조).

사울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색출하고 예루살렘으로 연행해오기 위해 대제사장의 공인을 받은 뒤, 다마스쿠스를 향하다가 극적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제자가 되었다(사도 9,1-18).



박해하려던 곳에 하느님 말씀 전해

바오로 사도의 회심은 성경에 여러 번 반복돼 언급된다. 세례를 받은 사울은 바오로로 개명했다. 이제 그는 새로운 사람이 된 것이다. 그는 제일 먼저 자신이 박해하려던 다마스쿠스에서 처음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한다.

“사울은 며칠 동안 다마스쿠스에 있는 제자들과 함께 지낸 뒤, 곧바로 여러 회당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선포하였다”(사도 9,19-20). 그는 이방인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데 자신의 전 생애를 바쳤다.

안타깝게도 현재 다마스쿠스는 우리나라 외교부에서 여행 경보 4단계인 여행 금지로 지정하고 있는 지역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이곳에서 즉시 대피하거나 철수해야 하며 만약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방문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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