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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위원회와 세월호특조위

namsarang 2015. 7. 30. 23:13

 [기자의 시각]

9·11위원회와 세월호특조위

 

입력 : 2015.07.30 03:00

선정민 경제부 기자
선정민 경제부 기자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체육대회· 동호회 지원에 직원 생일 축하 비용까지 포함해 올해 160억원의 예산을 신청했다. 논란이 일자 이석태 특조위원장이 지난 27일 반박 회견을 열었다. 이 위원장은 직원 혜택에 대해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상식에 속하는 부분"이라고 했고, 자문료를 5억6000만원 주고 외부에 일을 맡기는 데 대해선 "외부 전문가의 지혜와 경험을 빌려 더 나은 결과물을 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 제기에 대해 "특조위 흠집 내기"라고 주장했다.

세월호특조위는 '철저한 진상 조사'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란 명분을 내걸고 출범했다. 그런데 올 초 서울 중심가에 매달 1억4000만원을 내고 청사를 꾸리고, 각종 가구와 집기부터 20억원어치 외상으로 들여놓고 정부에 청구서를 내밀었다. 정부가 "공무원 인력을 지원하겠다"고 하니 이석태 위원장은 "'조사1과장' 등 세 자리에 공무원이 들어오면 독립성이 침해된다"며 거리로 뛰쳐나갔다. 공무원 파견은 극구 거부하면서 '공무원 대우'는 앞장서서 챙긴 것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21일 그토록 반대하던 세 자리에 공무원 파견을 받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대신 '조건 없는 예산 지원'을 요구했다. 그동안 대정부 투쟁을 통해 늘려 놓은 민간 직원 자리에는 선박·해양 전문가 대신 민변과 진보 싱크탱크, 시민단체, 인권·노동계 인사들이 채용돼 있었다.

미국 9·11테러조사위원회는 80명 직원이 21개월간 1500만 달러(약 165억원)를 썼다. 특조위는 120명 직원에 18개월간 369억원의 예산안을 청구했다. 이렇게 비교되는 것에 대해 이 위원장은 "특조위가 업무 범위가 더 넓어 더 많은 업무 공간이나 인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9·11 테러는 공중 납치된 여객기 4대가 맨해튼의 110층 빌딩 두 동과 미 국방부를 붕괴시키면서 30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사건이다. 당시로선 생소한 알 카에다라는 국제 테러 단체가 배후에 있었다. 검찰 수사와 판결 등 수많은 조사 기록이 있는 세월호와 비교해 어떤 쪽이 업무 범위가 넓을지는 상식으로 판단 가능하다.

9·11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 전체 직원 80여명의 실명과 자세한 경력이 소개돼 있다. 항공 엔지니어, 비행기 사고 조사 전문가, 국제 자금 이동 추적 전문가, 전직 FBI 요원과 연방 검찰, 법무부 직원, 국제정치학 교수 등이다. 전문가들이 합심해 성과를 냈다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최소한의 예산과 직원으로도 1200명을 인터뷰하고 250만페이지의 자료를 검토해 570페이지의 최종 보고서를 내놨다. 테러 경위를 상세하게 밝혀내고 40여가지의 제도 개선 방안을 권고했는데 16개 정보기관을 통합한 국가정보국 탄생에 기여했다.

9·11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우리 위원회는 주어진 예산으로 충분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이런 예산 지원을 해준 의회와 대통령에게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석태 위원장은 9·11테러조사위원회 홈페이지를 꼭 한 번 읽어보기 바란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