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경의 실체" 라고 하는 동영상
1989년 6월 말 한반도를 들썩이게 한 뉴스의 주인공이었던 임수경.
그 임수경을 가까이서 카메라에 담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영화 '남쪽 소녀(La Chica del Sur)'가 오는 11일 개막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독립영화제(BAFICI)' 국제경쟁부문에 출품됐다. 감독은 아르헨티나의 CF 감독 호세 루이스 가르시아.
임수경은 한국외국어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 (평양축전)'에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로 참가했는데, 평양축전에는 공산권 국가와 비공산권 국가 좌파 단체에서 2만여 명이 참가했었다.
당시 임수경은 방북허가를 받지 않고 일본과 동베를린을 거쳐 북한으로 입국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8월 15일 판문점을 통한 귀국과 동시에 구속됐고,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다.
가톨릭 신자인 임수경을 보호하기 위해 문규현 신부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의해 '평양 장충성당 축성 10주년 기념미사 봉헌'의 명목으로 북한으로 파견됐고, 임수경과 함께 판문점으로 귀환했으며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한국전쟁 이후 민간인이 걸어서 휴전선을 넘은 것은 임수경이 처음이었고, 그의 방북은 한국사회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가르시아 감독은 정치와 이념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당시 평양축전에 참가하기로 했던 좌파 정당활동을 하던 형이 사정상 참석하지 못하게 돼 대신 가게 됐다.
반은 관광의 목적으로 방문한 북한에서 임수경을 처음 본 가르시아 감독은 강렬한 이미지에 압도돼 임수경을 근접 촬영하며 기록했다.
당시 평양축전 참가자들의 수많은 비디오카메라로 북한당국은 비디오 촬영을 제한하지 못했고, 덕분에 가르시아 감독은 찍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찍을 수 있었다.
더불어 그녀를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시작했고, 귀국한 후에도 영어 사이트를 통해 임수경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했다.
당시의 느낌을 가르시아 감독은 "북한주민들은 친절했지만, 북한 전역이 군사화돼 있다는 느낌에 거부감이 들었다"며, "판문점과 판문각을 방문했을 때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미군과 북한군인이 서로 마주 보고 경계하는 모습에서 남북한 분단의 상처를 실감했다"고 전하고, "다큐멘터리는 정치나 이념을 떠나 유토피아를 꿈꾸고, 평화통일을 바라는 임수경의 인간적인 내면을 조명했다"고 말했다.
평양에서 촬영한 필름으로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기 위한 가르시아 감독의 노력은 이십여 년 동안 계속됐고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다.
임수경은 3년 6개월 복역 중 가석방되고 이후 사면복권을 받았고, 석방 후 모 신문사 기자와 결혼해 아이도 낳았으나 몇 년 후 이혼했다.
사회활동가로 활동하던 중 2003년 영어연수를 위해 필리핀 방문 당시 아들이 수영장에서 익사하는 사건이 발생, 충격을 받은 그녀는 몸을 감추었다.
2004년 임수경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며 임수경과의 접촉을 무수히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언론은 물론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고 사찰에 은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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