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들어 허리가 아프면 참고 사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약간의 위험과 경제적인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수술받는 것이 좋을까? 노인의 척추 수술은 비용 외에도 마취를 해야 하고 회복도 오래 걸리며 수술 뒤 재발이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증상이 심한데도 참고 사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척추 수술이 오히려 수명을 더 늘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문성환 교수팀은 최근 척추 분야의 권위 있는 의학지 '스파인(SPINE)'에 1997년 1월부터 2006년 6월까지 노인성 척추 질환의 하나인 '척추관 협착증'으로 수술받은 1015명의 사망률을 일반인의 사망률과 비교 조사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 논문에 따르면 일반인의 사망률을 1로 할 때 척추관 협착증 수술을 받은 사람의 사망률이 50~59세는 0.21, 60~69세는 0.53, 70~85세는 0.45였다. 즉 척추관 협착증 수술을 받은 사람이 일반인과 비교할 때 사망률이 50~59세는 79%, 60~69세는 47%, 70~85세는 55%가 낮다는 뜻이다. 수술 뒤 10년 생존율은 남성은 88.9%, 여성은 96.2%로 여성이 더 높았다. 이는 여성의 평균 수명이 긴 것과 관련이 있다.
왜 척추 수술을 받은 사람이 더 오래 살까?
첫째, 척추관 협착증은 나이가 들면서 척추와 주변의 인대 등이 딱딱하게 굳어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을 막아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으로 잘 걷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문성환 교수는 "척추관 협착증이 있으면 5분 이상을 걷지 못해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활동량이 줄면 골밀도가 떨어지는데 이것이 노인들의 주요한 사망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문 교수가 척추관 협착증이 있는 노인 23명에 대해 수술 전과 수술 3개월 뒤 뼈의 상태를 비교한 결과 뼈가 녹을 때 나오는 물질(u-NTx)이 수술 전 73.3에서 60% 줄어든 29로 떨어졌다. 또 한 번도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거리도 177m에서 878m로 늘었다. 혼자서 양말을 신고, 목욕할 수 있는지 등을 체크하는 '척추기능장애지수(ODI)' 점수도 22.5에서 10.02로 떨어져 활동성이 좋아졌다.
문 교수는 "보행이 편해지면서 활동량이 증가하고 햇볕을 쬐며 심폐기능도 좋아질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삶의 만족도도 높아진다"며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 생존율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둘째, 척추관 협착증은 상당 부분 전신 마취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으나 과거에 비해 수술 전후 합병증 관리가 잘돼 수술의 위험성이 크게 줄었다. 수술받는 노인의 4분의 3가량이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수술 전 내과질환을 면밀하게 체크하고 병원 내부에서 협진 시스템도 잘 돼 있어 척추 수술의 사망 위험은 0.1% 미만이다. 또 예전에 비해 절개 범위도 줄어 출혈이나 감염 위험도 감소했다.
셋째, 척추 수술을 받은 노인들은 웬만큼 건강한 상태이다.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면 수술받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같은 척추 수술이라도 큰 수술을 한 노인들이 더 오래 살았다. 척추 뼈의 일부분을 제거하고 나사못을 박는 큰 수술인 '척추 유합술'을 한 사람(96.3%)이 척추 뼈의 일부분만 제거하는 작은 수술인 '신경 감압술'을 한 사람(91.1%)보다 더 오래 살았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정성수 교수는 "많은 노인이 척추 수술을 꺼리는데 고령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술을 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수술, 마취 등에 특별한 금기사항만 없으면 수술을 받는 것이 삶의 질이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