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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자존심 잘 살리면 '대박'… 건드리면 '쪽박'찬다

namsarang 2009. 6. 6. 10:19

중국인의 자존심 잘 살리면 '대박'… 건드리면 '쪽박'찬다

  • 전문기자

지해범의 차이나 인사이드

지난해 맥도날드 햄버거는 중국에서 내보낸 TV 광고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광고 내용은 이렇다. 한 음식점에서 손님이 "(세일 기간을) 1주일만 달라. 그것도 안 되면 3일만 달라"고 요청하자 무뚝뚝한 주인은 "몇 번 말해야 알아듣나. 세일 기간이 이미 끝났다"라고 대답한다. 손님은 무릎을 꿇고 "형님, 제발…"하며 간청한다. 그 다음 장면에서 "다행히도 맥도날드는 365일이 세일 기간입니다"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이 광고로 감정이 상했다. 손님이 무릎을 꿇는 장면 때문이었다. 한 언론은 "중국에는 위로는 천지신명께, 아래로는 부모에게만 무릎을 꿇는다(上�[天地下�[父母)는 관념이 있는데, 손님이 구걸하듯이 무릎을 꿇는 것은 중국인의 자존심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전지구상표망(全球品牌網)'이란 사이트는 "외국 기업이라도 13억 중국시장에 들어온 이상 중국인의 인격과 존엄, 민족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13억 중국인의 비판에 압사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TV 드라마도 지난 3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중국에 방영된 '카인과 아벨'에서 중국을 비하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극중에서 소지섭은 "중국에는 소매치기가 너무 많아(中國的小偸太多)"라고 여러 번 말했다. 또 상해 도심 거리에서 총격을 벌이는 장면이 있었고, 잘못 그려진 중국 국기도 나왔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 현실과 부합하지 않으며 중국인의 국민감정을 상하게 했다(傷害了中國人的感情)"면서, "한국 드라마 제작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행히 중국의 반한(反韓) 감정은 그 이상은 악화되지 않았으나,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개혁·개방 30년 만에 중국인의 자존심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미국의 경제적 추락으로 중국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중국인의 자존심을 살리면 뜨고, 무시하면 추락하는 시대'를 맞았다.

펩시의 '빨간 콜라' 전략은 중국인의 자긍심을 마케팅 전략에 반영한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중국인의 기호를 반영해 라디에이터그릴과 헤드램프를 크게 한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중국형 모델.
북경(北京)올림픽을 1년 앞둔 지난 2007년 9월, 중국 음료수 시장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파란색 펩시콜라' 대신 '빨간색 펩시콜라'가 등장한 것이다. 펩시콜라는 전통적으로 파란색 바탕에 하얀색 띠가 들어간 태극 무늬 디자인의 제품을 생산해왔다. 반면 빨간색은 코카콜라의 상징색이었다. 펩시의 '위험한' 도전에 중국 음료수 시장 관계자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펩시는 이 제품 출시와 함께 자극적인 광고를 시작했다. 이 광고는 '13억 중국인의 열정 덕분에, (파란색 펩시가) 중국의 빨간색으로 바뀌었다(13億激情 敢爲中國紅)'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열정'이라는 단어와 중국인이 선호하는 '빨간색'을 광고의 핵심으로 채용함으로써, "이 문구는 중국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말이 되었다"고 한 중국 기자는 설명했다.

펩시는 또한 대형 스포츠 스타들을 광고 모델로 총동원하는 코카콜라에 맞서 '풀뿌리 스타(草根明星)' 발굴 전략을 폈다. 펩시는 자사 웹사이트에 3개월 동안 인기투표를 실시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풀뿌리 스타들을 발굴해 '빨간 펩시' 캔의 겉면에 인쇄했다. '풀뿌리 스타'와 '빨간 펩시'를 접목한 이 홍보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삼성경제연구소(SERI) 정태수 연구원은 "중국인들은 펩시가 빨간 콜라를 출시한 것을 중국에 대한 존중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약적인 경제 발전으로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중화주의(中華主義)가 외부로 표출되고 있다"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인의 자긍심을 최대한 인정하고 제품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좌)질주하는 자동차에 중국 전통의 돌사자상이 거수 경례를 하는 장면을 담은 도요타 자동차의 프라도 모델 광고. (우)중국 네티즌들은 이 광고가 자신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며 돌사자상이 프라도 자동차를 발톱으로 내리찍는 내용을 담은 광고를 만들었다.
체면(面子)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은 큰 스케일을 좋아한다. 중국인 특유의 체면 의식을 자동차 디자인에 반영해 성공한 기업이 현대자동차와 아우디이다. 현대자동차는 2007년 말 중국형 아반떼를 출시하면서 외관을 크게 바꾸었다. 큰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후드와 전고를 높였고, 라디에이터그릴과 헤드램프도 화려하게 디자인했다. 차량 뒤편의 리어가니시를 크롬 내장형으로 고급스럽게 하고, 계기판을 푸른색 조명으로 세련되게 변경했다. 그 결과 현대 아반떼는 중국 시장에서 '효자 상품'이 됐다. 특히 올해 중국 정부의 '농촌지역 자동차 구매 보조 정책(汽車下鄕)'이 실시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아우디도 차량 길이를 늘인 중소형 세단 A4L과 A6L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에서만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두 회사는 2003년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겪은 '프라도(PRADO·중국명 �f道) 사건'에서 교훈을 얻었다. 당시 도요타는 중국 SU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프라도 모델을 중국시장에 내놓으면서 독특한 광고를 매체에 실었다. 길을 달리는 프라도 옆에서 중국 전통의 사자 석상이 경례를 하거나 공손히 절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 또 사진 위에 '프라도, 당신은 존경하지 않으면 안 된다(�f道, �R不得不尊敬)'란 문구를 넣었다.

이 광고가 나오자 중국이 들끓었다. 중국에서 사자는 존엄과 권리를 상징한다. 중국인들은 "두 마리의 석사자(石獅子)가 프라도 자동차를 향해 절하는 장면을 보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분노했다. 광고 문구 역시 건방지기 짝이 없고, 중국인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분노의 표시로 석사자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프라도 자동차를 내리찍는 그림을 만들어 인터넷에 배포했다.

결국 도요타는 그해 12월 중국 소비자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광고가 실린 신문을 전량 수거·폐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