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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고 거꾸로 뒤집힌 6·25전쟁의 역사 바로 전해야

namsarang 2009. 6. 26. 10:25

[조선일보 사설]

잊혀지고 거꾸로 뒤집힌 6·25전쟁의 역사 로 전해야

 오늘은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은 북한군이 전면 남침을 시작한 지 59년째가 되는 날이다. 그 전쟁으로 국군은 31만명이 전사하거나 부상했고, 민간인은 100만명이 넘는 사상자와 행방불명자가 발생하는 피해를 입었다.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뒤의 우리 모습은 그야말로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부러워하는 참상이었다.

세상의 어떤 나라도 이 정도 피해를 당한 사건이 있었으면 100년, 200년 대대손손 기억하면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그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교훈을 되새기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이 나라는 그 엄청난 비극이 있은 지 60년도 되지 않아 상당수 국민이 그 전쟁을 언제 누가 일으켰는지도 모르게 되고 말았다.

행정안전부의 지난 4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응답자 36.9%가 6·25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를 모른다고 답했다. 20대는 56.6%가 "모른다"고 했다. 20대면 그 할아버지들이 참전한 세대다. 제 할아버지가 총을 맞고 전우를 잃은 전쟁을 손자·손녀들이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게 지금 이 나라의 실정이다.

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를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는 전쟁을 누가 일으켰는지도 모른다. 2002년 갤럽 여론조사에서 6·25가 남침이라고 정상적으로 대답한 사람은 31%에 불과했다. 한 대학교수는 신문 칼럼에 "시험에 6·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 물었더니 절반 가까운 학생이 북침이라고 대답했다"고 썼다. 2004년 육군사관학교 신입생도 34%가 우리 주적(主敵)은 미국이라고 답했다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구소련의 비밀문서가 공개된 이후 좌파들도 이제는 전쟁을 북한이 일으켰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KAL기를 폭파한 북한 공작원이 살아있는데도 그 테러를 대한민국의 자작극으로 몰아가는 음모론이 판을 치는 나라다. 일부 성직자들까지도 그 음모론에 자기 이름을 얹었고 명색이 공영방송이라는 TV가 앞장서 그 황당한 조작을 전파에 실어 내보냈다. 그러니 지금 여론조사를 하면 KAL기 폭파를 대한민국이 했다고 응답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6·25 거꾸로 뒤집기는 지금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교실에서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한다. 이대로 가면 6·25를 누가 일으켰고, 그 민족적 고통이 어떠했는지가 자라나는 이 나라의 국민 머리에 완전히 거꾸로 입력될 판이다. 그리고 이미 국제적으로 잊혀진 전쟁이 돼가고 있는 6·25가 피해국인 우리나라에서조차 잊혀진 전쟁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나라가 평화를 지키고 번영한 예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