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일기

돈 걱정 안하고 사는 비결 없을까요?

namsarang 2009. 7. 7. 13:01

[사목일기]

돈 걱정 안하고 사는 비결 없을까요?


박공식 신부(광주대교구 이주사목담당)


사회사목을 맡게된 지 올해로 7년째다. 사회사목을 하며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은 걱정이 돈 걱정이다.
 돈 걱정 안하고 보람있게 살려고 신부가 됐는데, 의미있고 보람있게는 살고 있지만 늘 돈에 허덕인다. 사회사목을 담당했던 초창기 시절 아주 가난한 복지관 관장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해야 할 일이 참 많았다. 하지만 늘 예산부족으로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곤 했다.
 신부가 비빌 언덕이라곤 하느님과 신자들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이곳저곳을 발로 뛰며 후원해줄 사람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너무나 지나쳤을까? 만나는 신자들마다, 전화 오는 신자들마다 내 머리 속에 계산되는 것은 '저분이 얼마를 후원해줄 수 있을까?'였다.
 '만 원? 아니야 더 불러야지. 2만 원이면 가난한 가정 결연후원을 해줄 수 있을 텐데…. 좋아 2만 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신자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분에게 10만 원씩 후원받으면 아동 방과후 프로그램 야외활동을 할 수 있을텐데…. 거절당하면 자원봉사라도 요청해야겠다.'
 신부가 사람을 만나면 그의 영적 사정이 어떨까, 어떻게 하면 그에게 주님 사랑을 깊이 체험하게 해줄까를 생각해야 하는데 나는 신자들이 후원금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몇 달 간은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이러다가는 오래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피정에 돌입했다. 성경을 펼쳐 읽는데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으니, 재물을 하늘에 쌓으라'는 말씀이었다. 재물을 피해서 피정 왔는데 하필 펼친 구절이 재물이라니!
 무거운 마음을 안고 성당에 가서 묵상하는데 하느님께서는 나의 내적 시끄러움을 없애주고 방금 읽은 성경 구절을 통해 깨달음을 주셨다.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 재물을 하늘에 쌓아두어라.' 내겐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필요한 것이었는데 신자들에게 늘 눈에 보이는 돈만 요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정을 마치고 돌아오니 더이상 사람들이 돈으로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 마음을 얻고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사목을 했다. 직원들에게도 정성을 다해 지도했고 프로그램도 더 열심히 개발했다.
 그 복지관에서 2년이 채 안되는 짧은 시간을 살았지만 추기경님께 후원도 받고, 복지관을 이용하는 가난한 장애인에게 한 번에 2000만 원이라는 큰 돈을 받기도 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예수님 마음이었다. 일이 아니라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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