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신부(서울대교구 일반병원사목부 강북삼성병원, 제일병원 원목0
원목 봉사자분들은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가정에서 엄마와 아내, 또는 아빠와 남편의 역할 뿐 아니라 본당에서 레지오 마리애 활동이나 다른 봉사를 하시면서 병원 봉사도 열심히 나오시니 말입니다. 어느 봉사자님은 주 6일 동안 직장인들 보다 더 바쁘게 봉사를 하십니다. 형제님들은 주중에는 일터에서 생업에 종사하시면서도 주일에 쉬지도 못하고 병원봉사를 오십니다. 정말 너무나 고마운 분들입니다. 봉사자분들이 힘든 일도 기쁘게 하시는 모습을 보면 병원 두 곳을 오가며 원목활동을 하느라 바쁘다고 '징징대는' 제가 오히려 숙연해집니다. 얼마 전 봉사자 야유회 때 일입니다. 명성산 억새축제에 가기로 했습니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아서 가야할까 고민하다가 산책하는 정도의 코스라는 말을 듣고 따라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른 봉사자분들도 산책코스라는 말을 믿고 정말 산책에 맞는 편한 차림으로 오셨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오르다가 우리가 처음 계획했던 코스로는 갈 수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날 군부대 사격훈련이 있어서 등산로를 폐쇄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코스는 없냐고 물었더니 '저쪽 길'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할 수 없이 '저쪽 길'로 가보았습니다. 그곳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험…한…산…길!!!' 정말 험했습니다. 완전히 가파른 산길이라 숨이 턱까지 차올랐습니다. 한 자매님은 이렇게 험한 산길인 줄 알았다면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거의 기어오르다시피 하셨습니다. 어쨌든 정상 부근에서 억새밭의 아름다운 장관을 잘 구경하고 그 험한 산길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봉사의 길도 이와 비슷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힘든 일을 겪기도 하고, 이미 시작한 일이기에 돌아갈 수도 없는…. 매주 병원에 나와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환우들을 방문해 위로하고, 틈틈이 필요한 교육도 받아야 하니 피곤하고 힘들 때는 그만 두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을 것입니다.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러 오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돈이 생기는 일도, 명예를 얻는 일도 아닌데 더 많은 시간을 봉사하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일을 하시는 것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년 동안 부족하고 어설픈 저의 손과 발이 되어 도와주신 모든 봉사자분들에게 사랑의 화살을 '슝슝~' 날려 드립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다음 필자는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대북지원소위원회 간사 겸 청주교구 초중본당 주임 김훈일 신부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