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신부(서울대교구 일반병원사목부 강북삼성병원, 제일병원 원목)
병원에서 일하는 분들 중에도 신자들이 많이 있지만 정작 가끔이라도 얼굴을 보고 지내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업무도 바쁘고 대부분 3교대 근무로 인해 시간이 맞지 않아 매주 한 번 봉헌하는 교우회 미사에 참례하기 어렵고, 신앙을 쉬고 계셔서 나오지 않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병원에 처음 부임해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는 신자 분들을 뵐 겸 축일이면 장미꽃 한 송이와 축하카드를 들고 그분들이 일하는 부서를 찾아가 전해 드리는 서비스(?)를 했습니다. 덕분에 얼굴도 익히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지려는 생각이었지요. 몇 달 전부터는 교우회분들 휴대전화에 주일마다 복음관련 문자메시지를 보내드립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 핸드폰으로 '누구세요?'라는 메시지가 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목실 김지형 신부입니다"라고 답신을 드렸지요. 나중에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 교우님을 통해 알고 보니 그 분은 옛 애인이 자신을 잊지 못하고 문자를 보낸 것으로 잠시 행복한 착각에 잠겨 확인해 보고자 문자를 보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추석 날 아침에는 전화가 한 통화 왔습니다. "여보세요? 저 실례지만 누구시죠?" 역시 '문자메시지 때문에 온 전화구나'라는 생각에 "김지형 신부입니다"라고 대답했더니 그냥 "아~네~"하고 끊으셨습니다. 역시 동료 교우 분들을 통해서 들은 얘기는 그 분이 학생 때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던 남자가 자신에게 이런 문자를 보낸다고 생각해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확인차 전화를 한 것이랍니다. 하루에도 수십 명 환자를 진료하고 10시간 넘게 수술을 해야 하는 의사 선생님, 3교대로 낮과 밤을 바꿔 환우들을 보살피는 '백의의 천사' 간호사 선생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병원의 행정업무를 도와주는 행정팀, 열악한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일하는 시설팀, 늘 밝은 얼굴로 병원 이곳저곳을 깨끗이 청소하시는 용역직원 분들. 모두가 환우의 쾌유를 위해 노력하는 아름다운 분들입니다. 지난해 성탄절에는 루돌프로, 부활에는 닭으로 변장해서 선물을 나눠 드렸습니다. 이번 성탄절에는 어떤 모습으로 기쁨을 드릴까 고민 중입니다. 개봉박두!!! 환우 분들을 위해 오늘도 애쓰시는 교우회 여러분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