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건강

손 씻기

namsarang 2009. 9. 4. 13:19

[만물상]

손 씻기

1848년 오스트리아 빈의 산부인과 의사 제멜바이스는 출산 뒤 고열이 나는 산욕열로 숨지는 산모가 열에 두명꼴이나 되는 게 이상했다. 그는 의료진과 학생들이 시체를 해부하다 손을 씻지 않은 채 분만실로 직행해 세균을 옮긴 것이라 추정했다. 학생들에게 염소를 넣은 석회수로 손을 씻게 했더니 다음달 산욕열 사망자가 2%로 크게 줄었다. 손이 감염의 주범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의료계에서 매도당해 좌절한 끝에 정신병원에서 죽었다.

▶손에는 6만마리의 잡다한 미생물과 세균이 산다. 영국에서 작년에 시민 409명의 손을 조사했더니 28%에서 장구균, 대장균, 판토에아균 등 대·소변과 관련된 세균들이 득시글거렸다고 한다. 식중독, 세균성 이질, A형 간염은 손에 묻은 세균이 입으로 들어가 발생한다. 신종플루나 감기도 재채기나 기침을 통해 전파되지만 사실은 기침할 때 코와 입을 막은 손을 통해 전염되는 경우가 더 많다.

조선일보 취재팀이 며칠 전 한 시간 동안 서울시청 지하철역 공중화장실을 이용한 시민 204명을 관찰했더니 손을 씻지 않는 이가 10명 중 4명꼴이었다고 한다. 비누로 20초 넘게 꼼꼼히 씻고 말린 사람은 고작 3명이었다.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재채기나 기침을 한 뒤 손을 씻는 경우가 미국은 30%가 넘지만 우리는 10%에 그친다고 한다. '손 안 씻는 한국인'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손만 제대로 씻어도 감염 질환의 70%는 예방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손등과 손바닥, 손가락을 비누나 세정제로 빠짐없이 닦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손 씻는 시간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몇년 전부터 "하루 8차례, 한 차례에 30초 이상 손을 씻자"는 '1830 운동'을 펴고 있다. 손 씻는 시간이 10초가 안 되면 세균이 씻기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손에서 3시간 이상 활동하므로 하루에 적어도 8차례는 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손을 말리지 않으면 헛수고다. 젖은 손은 물기를 없앤 손보다 500배 많은 세균을 옮긴다.

▶소학(小學) 명륜(明倫)편은 가다듬어야 할 몸가짐을 세세히 가르친다. 부모나 시부모 계신 곳에서 구역질, 트림, 재채기, 기침하지 말고 가래침을 뱉거나 코 풀지 말라고 했다. 공경(恭敬)을 말한 것이지만 요즘 식으로 하자면 개인 위생을 강조한 셈이다. '손의 신비'라는 책을 펴낸 존 네이피어는 "사람에게 손이 없었다면 도구적 인간이라는 말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 손도 제대로 간수하지 않으면 재앙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