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식 신부(원주교구 횡성본당 주임)
지난 주일에 추수감사미사를 봉헌했다. 본당 신자 대부분이 농민이거나 농사와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가을에 농작물을 추수하고 주님께 감사제를 드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여러 해 동안 내려온 본당의 관례였다. 미사 중 봉헌시간에 농작물을 봉헌했다. 구역 대표와 공소 대표들, 그리고 개인적으로 봉헌하는 농작물을 주례 사제인 내가 받아서 봉사자들에게 건네주어 제대 앞에 차려놓도록 했다. 쌀과 콩, 팥, 들깨, 참깨, 수수, 고구마, 무, 배추, 사과, 배, 밤, 대추, 꿀, 약초 등 봉헌된 각종 농작물을 제대 주위에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미사를 봉헌했다. 농작물을 봉헌하는 신자들은 하느님 은혜로 얻은 농작물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바쳤고, 농작물을 직접 봉헌하지 않은 신자들은 농작물 대신 감사헌금을 바쳤다. 성가대에서 흥겹게 울려 퍼지는 국악 성가를 따라 부르며 모두들 기쁘게 봉헌했다. 그러나 춤을 추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이라면 이런 미사 중에는 신자 전체가 흥겹게 춤을 추며 봉헌했을 텐데…. 2004년 가을 나는 아프리카에 있었다. 아프리카에서도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잠비아, 그 나라에서도 오지 중 오지인 탄부라는 작은 마을에서 그곳 주교님과 함께 미사를 봉헌한 적이 있다. 몇 시간만 더 산속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원주민들이 벌거벗은 몸으로 사는 그곳, 전기도 전화도 없고 일체의 물질문명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원시적 생활을 하는 그곳, 부시맨들이 사는 그곳 작은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며 받은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미사가 시작되자 춤추는 소녀 10여 명이 미사 복사와 함께 입장을 하면서 성가에 맞춰 춤을 추더니 봉헌 때는 전 신자가 춤을 추는 것이었다. 미사에 참석한 원주민들은 봉헌시간이 되자 각종 농작물과 먹을거리를 바쳤다. 헌금을 바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칠 헌금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망고와 바나나, 각종 열매, 나무뿌리 비슷한 것, 송충이 비슷한 식용벌레 말린 것 등등 그들이 수확하고 채취한 것을 바쳤다. 머리에 이고 어깨에 메고 제대 쪽으로 행렬하면서 춤을 췄다. 북과 비슷한 악기에 맞춰 춤을 추며 주례 사제에게 봉헌했고, 사제도 춤을 추며 봉헌물을 받아 제대 옆에 놓았다. 미사에 참석한 모든 신자들이 혼연일체로 춤을 췄다. 미사는 축제였고 봉헌은 기쁨에 넘쳐 바치는 흥겨운 춤이었다. 미사와 봉헌은 감사와 기쁨의 잔치였던 것이다. 주님 올해도 추수할 것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