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기 신부(인천교구 신도본당 주임)
「사제는 사제를 필요로 한다」는 책을 신학생 때 감명 깊게 읽었다. 신학교 생활이 힘들 때, 사제 성소가 흔들릴 때 나를 붙잡아 주고 나와 함께 아픔을 해준 사람들은 다름 아닌 동료와 선배들이었다. 이때부터 난 '사제는 사제가 필요하다'는 말을 신념처럼 받아들였다.
섬 생활을 하면서 그 신념은 더 강해졌다. 내 인사이동 소식을 듣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주신 분은 아버지 신부님이신 박찬용 신부님(주안1동본당 주임)과 동기 김학선 신부(국내유학) 그리고 몇 분의 신부님들이다.
이곳은 성당만 있을 뿐 내가 머무를 곳이 없었다. 공소였던 곳이 본당으로 승격했으니 사제관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본당에 부임하기 전에 내가 살 집을 얻고 본당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혼자서 막막했는데 몇몇 신부님이 신경을 써주시고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셔서 큰 힘이 됐다.
위로와 격려를 해주신 신부님들도 무척 많았다. "본당 어렵지"하면서 본당 계좌번호 알려달라고 하시는 신부님, "너 용돈 좀 줄게"하면서 전화 주시는 신부님, "섬에서 고생 많다. 그래도 너니깐 본당 초대 신부로 간 거야"하면서 격려해 주시는 신부님 등….
그렇지만 가끔 신부들로부터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 이유는 마음 속에만 담아둘 것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힘이 되면서도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말은 신부 세계에서도 통하는 것 같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나를 걱정해 주고 도와주는 사제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내 곁에 이런 사제들이 있었기에 신도성당이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았겠는가. "성당만 있고 머물 곳이 없어 펜션(?)에 머물며 바다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젊은 신부의 처지가 불쌍하다"며 미사 강론 중에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리셨다는 박찬용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찡했다. 이보다 더 큰 격려가 어디 있겠는가?
본당에 부임한 지 6개월 만에 60여명 신자들과 함께 성당 내부 전체를 새로 단장하고 교육관과 사제관을 지었다. 이런 나를 보고 우리 신자들은 놀라워 하고 대단한 신부로 여긴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한 것이 아니라 주교님과 박 신부님의 전폭적 지원과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많은 신부님들이 이곳 신도를 기억하고 도와주셨기 때문이다.
본당이 그 나름의 모양을 갖춰가는데 사제 한 명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바로 사제들의 힘이 모아질 때 가능함을 새록새록 깨닫는다. '사제는 역시 사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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