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선교사)
"선생님, 부탁이 있는데요, 병원 좀 데려가 주세요."
상담 중 1기동대 미카엘 대원이 어디가 아픈지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친절한 경찰병원 수녀님과 미리 상의하고, 하루 이틀 고대하다 드디어 진료를 마치니 다행히 디스크 초기증상이랍니다.
이왕 경찰병원에 왔으니 입원한 대원들을 보러 병실을 방문합니다. 그중 요한은 전역을 40일 남겨놓고 입원했습니다. 부대에 있으면 기가 하늘을 찌를 텐데 왕고참이 병원 신세를 지니 속이 많이 상하는 모양입니다.
그간 교리 시간에 통 얼굴을 안 비추더니만, 미안한듯 저를 보더니 얼굴을 침대에 숨기고 있습니다.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손에 차고 있던 묵주를 얼른 빼서 끼워주며 "기도 열심히 하렴"하고 달래줍니다.
입원한 대원 중에는 "선교사님, 친구가 자꾸만 죽고 싶데요. 너무 힘든가봐요"하며 입원한 자신보다 외려 옆자리 동료를 걱정하는 보기드문 마음씨를 가진 청년도 있습니다. 그 친구를 통해 지난해 울산 시위현장에 파견됐다가 크게 다쳐 병원에 실려온 바실리오 대원의 신앙 체험담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바실리오는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에 "악! 주님, 살려주세요!"하고 외쳤답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답니다. 각종 시위 현장에서 부상을 입고 경찰병원에 입원 중인 우리 대원들. 국립 경찰병원에는 병원 사목부 신부님과 수녀님 한 분이 이들을 돌봐주고 계십니다. 또한 경찰사목위원회에서 파견된 6명의 선교사가 대원들을 엄마처럼 정성껏 보살피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대원들이 입원한 병실을 찾아가 근무 중에 부상당한 그들 상처를 어루만지며, 그리스도 사랑을 전하는 선교사들 모습은 마치 부상당한 군인들을 야전병원에서 치료하는 백의의 천사들 이야기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대원들은 엄마 같은 선교사들 사랑에 마음을 활짝 열고 엄마처럼 품에 안겨 기도를 청하기도 하고, 잠시 잊었던 신앙을 되돌아 보기도 합니다. 신자가 아닌 경우에는 새롭게 신앙을 갖는 계기가 되곤 합니다.
오늘도 경찰병원을 찾아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수녀님과 선교사들 앞길에 하느님의 천사들이 섬섬옥수로 장미꽃이 새겨진 아름다운 수를 놓을 것으로 믿습니다.
다시 한 번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너희는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봐주었다"(마태 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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