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일기

'쇠창살 안 예수님'을 찾아서

namsarang 2009. 9. 22. 22:57

[사목일기]

'쇠창살 안 예수님'을 찾아서


                                                                           이미영(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선교사)


   어느 날 기동대 경찰 직원에게서 '○○대원에게 무슨 연락받은 적이 없었느냐'는 전화가 왔습니다. 이 대원은 세례명이 루카인 신자 대원이었습니다. 루카가 외박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안절부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온 종일 화살기도를 바치며 주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다음날 복귀한 루카. 얼떨결에 저지른 일로 몹시 두려워하며 후회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철부지 루카를 보며 마음을 안정시키려 다독였지요.

 오늘은 죗값(?)을 치르느라 유치장에 간 루카를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아침부터 비는 내리고 해당 경찰서 유치장 담당 선교사님과 약속한 시간이 다가올수록 눈에 맺힌 물기부터 닦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앗, 선생님!"

 가엾게도 철창에 갇혀 있는 루카 얼굴에는 희열과 회한이 교차합니다. 빨리 안아주고 싶지만 서로 눈빛만 교환하고 유치장 담당 선교사님이 진행을 도와주십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가 경쾌한 리듬을 타고 흘러 유치장 안에 가득했던 무거운 분위기를 밝게 바꿔줍니다. 그동안 지루했던 탓인지 모두 반가운 눈빛입니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선교사들은 유치인과 개별적으로 인사를 건네며 준비해간 간식과 유인물도 나눕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낙원에서 쫓겨나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하게 되고 그것은 우리를 겸손하고 지혜롭게 만들어 주며 성숙한 인격으로 인도한다'는 선교사들 말에 어느 유치인은 눈물까지 글썽입니다.

 드디어 개인 면담시간. 이때다 싶어 철창 사이로 루카 손을 잡고는 "그래 지낼만 하니?"하고 묻자 "예, 많이 반성하고 있어요. 여기서 나가면 새사람 될게요. 죄송해요."
 경찰사목위원회 선교사들은 유치인들을 '쇠창살 안 예수님'이라고 부릅니다.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39-40).

 저희는 이러한 그리스도 가르침을 따라 서울시내 경찰서를 찾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유치인들은 저희가 손을 잡고 형제 자매처럼 대할 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새로운 삶의 각오를 다집니다.

 회개의 눈물과 감동이 피어나는 이곳은 더 이상 유치장이 아니고 하느님 나라가 이뤄지는 '사랑의 현장'이 됩니다. 맞잡은 손 사이로 흐르는 사랑의 전류를 느끼며 우리는 또 한 번 하느님의 기적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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