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선교사)
며칠 전, 군종교구 연무대본당에서 세례받고 이곳에 온 토마스가 큰 덩치에 안 맞게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너무 힘들어서 죽고만 싶어요"하고 털어놓으니, 내내 마음에 걸려, 오며 가며 기도합니다.
오늘은 주일. 아침 일찍 출동 나간 대원들이 예상보다 일찍 들어왔습니다. 대원들을 보니 갑자기 계획에 없던 미사에 데리고 가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늘 내일을 예상치 못하는 그들이기에 언제 또 시간이 주어져 미사에 참례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바삐 서두릅니다.
어여삐 기동복으로 차려입고, 소풍가듯 줄을 맞춰 청계천을 따라 걸어가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합니다. 대원들 중에는 지난번 명동본당에서 견진받은 대원들이 많이 있어서 그런지 미사 참례하는 태도가 다른 때보다 조금은 더 성숙하고 어른스럽게 보였습니다.
평소 수군수군하는 모습도, 지루해하는 모습도 안 보이고 경건하기까지 합니다.
성체를 모시고 어느 대원이 너무도 간절히 기도하기에 살펴보니 죽고만 싶다던 토마스 대원이었습니다. 미사를 봉헌한 뒤 출출한 배를 안고 성당식당에 내려가니 전에 군종사목을 하셨던 자상하신 주임신부님께서 멋진 잔칫상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1차로 탕수육, 2차 자장면, 3차 아이스크림까지 풀 코스가 따로 없었습니다. 다들 잔칫상을 보자마자 "야호!"하고 환호하는 모습이란!
예정에 없던 미사를 봉헌해 모두 성체를 모시고 정성으로 마련한 음식도 먹고, 성모동산에서 사진까지 찍으니 대원들은 "선생님, 오늘 너무나 행복했어요"라고 여기저기서 떠들어 댔습니다. 그중에 수줍게 미소 짓는 토마스 대원이 눈에 띄었습니다.
각종 시위진압이나 출동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우리 대원들에게 이 보다 더 큰 추억이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매번 달라지는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갈등이 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 같은 반전(?)으로 선교사로서 맞는 봉사의 기쁨은 더욱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어려운 상황일수록 하느님께 더욱 큰 영광이 될 것으로 믿으며 오늘도 기도합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절대로 좌절하지 않고 더욱 힘과 지혜를 주실 것을 말입니다.
또한 하느님을 만나고자 인근 성당을 찾은 우리 대원들을 챙겨주시는 모든 신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원들의 주일미사 참례를 위해 인근 성당을 찾아갈 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는 신부님들이 계시기에 저희는 더욱 힘을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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