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선교사)
모처럼의 휴일.
"선교사님, ○○중대입니다. 오늘 대원들 부대정비인데, 종교 활동 안 하시나요?"
"(입이 귀에 걸리며) 그래? 가야지!"
우리 아그들(대원들) 만날 생각에 엔도르핀이 팍팍 솟아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그래, 나도 무지 무지 보고 싶었단다."
경당이 가득하도록 대원 80여 명이 모인 교리 시간. 바쁜 일정과 힘든 훈련 속에서 어렵게 시간 내 온 그 정성을 주님께 봉헌드리며 대원들이 좀 수군수군 떠들고, 끄덕끄덕 졸아도 어여쁘기 그지없습니다.
대원들은 정작 교리공부보다 교리 후 맛있는 간식을 나누는 시간이 더 없이 행복하겠죠. 다들 돌려보낸 뒤, 라우렌시오가 제대한다고 인사하며 놓고 간 편지를 읽습니다.
"리타 선생님, 라우렌시오입니다. 요즘은 부대 일정이 바빠서 못 만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만나뵈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선생님 미소가 저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동안 제게 많은 것을 주셨는데 저는 선생님께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편지 한 장을 씁니다.
이제 10시간 후면 제대하는데, 돌이켜보니 고됨 속에서도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부대에 온 신병시절부터 늘 잘 하라고 격려와 상담을 해주시고, 푹푹 찌는 더운 여름날에는 저희 출동지에 오셔서 얼음과자를 나눠 주셨는데 얼마나 시원했던지 꿀맛이 따로 없었답니다.
무엇보다 명동성당에서 세례 받던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게 주님을 알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성당 열심히 다니고, 좋은 청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후임들도 잘 부탁드리며 행복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2년 전, 한쪽 귀퉁이에서 가족들 생각에 울먹이고 있던 한 신병을 경신실로 데리고 와서 간식을 먹이며 토닥여줬는데 그 대원이 벌써 제대할 때가 돼서 제게 편지 한 장을 내밉니다.
주님, 오늘 하루도 제 계획이 아닌 주님 뜻 안에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시위 현장에서 마주치는 전ㆍ의경 대원들은 다름 아닌 우리 아들들입니다. 보시면 정말 예뻐요. 우리 아들들을 위해 기도해 많이 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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