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선교사)
"선생님, 사슴처럼 눈이 맑은 아이가 들어왔어요!"
2년 전, 늦여름에 철야 근무 중인 ○○중대를 찾아가니, 차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몇몇 대원들이 이 소식을 재빨리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은 양 달려들며 하는 말입니다.
또 한 대원은 신기한 듯 "신부님이 될 거래요!"하고 말합니다. 보고가 끝나기가 무섭게 고참 대원이 아예 그 신병을 턱 하니 제 앞에 데려다 놓습니다.
"이경, 스테파노입니다!" 거수경례가 서투르고 다소 겁먹은 모습을 보이는 맑은 눈의 그 청년은 이내 안도의 눈빛을 보입니다.
"그래, 정말 사슴처럼 생겼네?"
그네들 눈에 신부님이 장래 희망인 이 신병이 신비롭게만 보였겠지요. 신병 스테파노는 수도회 신부님을 꿈꾸는 예비신학생이었습니다. 사슴 같은 예비신학생은 전ㆍ의경 대원들 세례 때마다 전담(?) 대부 역할은 물론, 늘 손이 모자라는 저의 수호천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오늘은 성품성사에 대해 공부하는 날입니다. 대부분 대원들이 부대에 와서 세례를 받고도 한 달에 한 번 주일미사를 드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니 신부님에 대해 가르쳐도 나와는 딴 세상에 사는 사람인 양 별반 와 닿는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오늘은 사제가 되고자 하는 신학생의 일상을 그린 '영원과 하루'라는 영상물을 보여 줬더니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너무나 신비로운 듯한 모습으로 사뭇 진지하기까지 한 모습입니다.
시청 소감을 물으니 "대단하네요. 전 죽었다 깨어나도 못 할 것 같은 데" 또는 "결혼을 못하면 대가 끊기 잖아요. 그건 부모님께 불효인데…."라는 대답에서부터 "불쌍해요, 그렇지만 그렇게 사는 게 한편 부럽기도 해요", "신부님들이 존경스러워요. 저도 좀 생각해 보고 싶어요"등 의견이 분분합니다.
훈련소에서 세례 받고 전역 후 신학교에 진학해 사제의 길을 간 신부님 일화도 소개하고, 신부님을 뵈면 늘 존경하는 마음으로 순명하고 머리 숙여 인사해야 하는 것이 신자의 도리라는 것도 알려줬습니다. 또 각자 받은 성소대로 눈이 맑은 착한 청년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교리를 마쳤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기 다른 철부지 대원들을 데리고 씨름(?)하고 계실 존경하는 80여 명의 경찰사목 선교사님들께 성지순례 중인 스테파노가 보내온 주님 사랑의 큐피드를 날려드립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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