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전교주일- 선교 방법, 어린이들에게 배워야

namsarang 2009. 10. 18. 11:40

[생활 속의 복음]

전교주일- 선교 방법, 어린이들에게 배워야


이기양 신부(서울대교구 10지구장 겸 오금동본당 주임)



   갈릴래아로 모여라!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당신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 있고, 스승을 배반한 아픔에 감히 부활하신 당신을 쳐다볼 수도 없었던 제자들을 모두 갈릴래아산으로 불러 모으셨습니다.

 왜 부르셨을까요? 갈릴래아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처음으로 부르셨던 곳입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처음으로 공동체로 어우러진 곳, 즉 첫사랑의 순수함과 열정이 어린 곳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실의에 빠진 제자들을 새 출발시키고 새로운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해 갈릴래아로 부르십니다. 복음 선포를 위해 세상에 파견하기에 앞서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계명으로 재무장시키려는 의미가 있었던 것이지요. 제자들이 새로운 마음으로 선교에 나섰듯이 우리도 복음 선포 사명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실천하자는 주일이 오늘입니다.
 
 선교를 하자는 말이 나오면 신자들은 부담스러워 합니다. 거리선교하는 모습을 연상하면서 나는 그런 것은 못한다고 쉽게 생각해버립니다. 신심도 약하고 교리지식도 별로 없으며 또 나설 용기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선교는 방식이야 어쨌든 우리의 첫 번째 사명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듣고 마음에 새기며 성체를 모신 그 다음에 해야 할 것은 말씀 선포와 실천입니다. 저는 사목자로서 '누가 선교를 잘하고 어떻게 하면 선교를 잘 할 수 있을까?'를 자주 생각하게 되는데 선교를 잘 하고 못 하는 사람의 차이는 아주 간단합니다.

 일반적으로 신앙생활을 오래하고 많이 배우고 성당 직책을 여러 번 거친 분들이 선교를 잘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지만 의외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교를 제일 잘 하는 사람은 초등학생들입니다. 그것도 6학년만 되면 교만해져서 잘 못하고 유치부 어린이들이 제일 잘 합니다. 무엇보다도 순수해야 합니다. 이것은 저의 실제 경험입니다.

 유치부 어린이들에게 "다음 주에는 성당에 안 다니는 친구들 한 명씩 데리고 성당에 나오세요"하고 이야기하면 이 어린 친구들은 당장 친구들 손을 잡고 말합니다.

 "우리 신부님이 친구를 데려오라고 그랬는데 나랑 같이 가자."

 그러면 그 말을 들은 친구는 그냥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조금 지나면 아이만 성당에 보내기가 좀 걱정스러운지 아이 엄마가 아이를 따라서 성당에 나오고 또 한참 있다가는 아빠도 못이기는 척하고 따라오게 됩니다.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가자!"고 제안하는 것이 선교의 시작입니다.

 어른들은 가르치고 감화시켜 완전히 기권을 받아 데려오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니 힘이 들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수십년지기 친구도 성당 이야기를 꺼내면 도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부담 없이 성당 구경이나 한번 가보자는 제안, 이것이 선교의 시작입니다.

 성당에 나오는 계기는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은 성당 건물을 보고, 또 어떤 사람은 지나가다가 수녀님과 한 번 마주친 것이 계기가 되어서, 또는 영화 속 신부님이 생각이 나 등등 인간적인 것으로 출발해서 서서히 하느님께로 가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몰아붙이면 거부 반응이 일어납니다. 또 이렇게 성당에 나온 사람들은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성당에 처음 나오면 아주 불안하고 힘들어 합니다. 미신을 믿거나 다른 교파를 믿다가 성당에 나오면 벌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별별 생각이 다 들게 됩니다.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집에서 아이가 다쳤다면 성당에 나가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 꽤 있습니다. 특히 남자들은 용기가 부족합니다. 성당에 한 발짝 발을 들여놓는 데에 한 10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옆에서 신자들이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오늘도 미사 중에 주님 말씀을 듣고 성체를 모시는 그 모든 거룩한 전례를 마친 후에 사제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신자들을 파견합니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그렇습니다. 신자들의 첫째가는 사명은 복음 선포 사명입니다. 복음 선포를 위해 노력하는 발걸음 속에 주님이 함께 하심을 체험하며, 적어도 1년에 한 사람 정도에게는 복음을 선포해 신자의 기본 사명을 수행하는 멋진 신자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