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이런일 저런일

가슴으로 안은 '포대기 속 아기들'

namsarang 2010. 1. 8. 19:53

 

가슴으로 안은 '포대기 속 아기들'


                             6명 아기 입양한 조순희씨 가정
▲ "사랑해요!" 아버지 김복중씨부터 시계방향으로 선욱이, 막내 쌍둥이 형제 아름ㆍ다운이, 셋째 로사, 어머니 조순희씨, 지성씨.


   "우리 아이들 정말 잘생겼죠? 우리가 낳았으면 이렇게 못 낳았을텐데."

 조순희(아기 예수의 데레사, 57, 서울 흑석동본당)ㆍ김복중(요셉, 58)씨 부부는 막내 쌍둥이 아름(야고보, 6)이와 다운(요한, 6)이를 소개하면서 예뻐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고슴도치 엄마 아빠'가 따로 없다.

 조씨 부부에게는 이처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 무려 여덟 명이다. 그 중 큰아들(요한 세례자, 30)과 둘째 아들(요한 보스코, 28)만 배 아파 낳은 자식이고, 나머지는 가슴으로 낳은 자식들이다. 조씨 부부는 12월 30일 한국 평협이 시상하는 제26회 가톨릭대상(사랑부문)을 받았다.

 "첫째와 둘째가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면 아이를 한 명 입양해 키우겠다고 줄곧 생각했었어요."

 조씨는 결혼 후 첫 아이를 유산했다. 이후 세례를 받은 조씨는 2시간이 넘는 고해성사를 통해 아이를 한 명 입양하겠다고 마음먹은 것. 남편 김씨와 두 아들도 적극 찬성했다.

 이런 조씨 가정의 바람을 하느님께서 들어주신 것일까? 1993년 봄, 하느님이 진달래꽃보다 더 예쁜 미혼모 아기를 보내주셨다. 포대기에 싸여 들어온 로사(17)는 어느덧 훌쩍 자라 첼로를 전공하는 여고생이 됐다.

 "평소 학교수업 끝나면 친구들과 놀다 귀가하던 아이들이 여동생이 생기자 곧장 집으로 달려오더라고요. 성당 갈 때도 늘 무등을 태워서 데려가곤 했죠."

 이뿐만 아니다. 조씨의 시댁과 친정 어른들도 모두 손녀의 재롱에 빠져 "입양하길 정말 잘했다"고 격려했다. '과연 친자식처럼 사랑하며 키울 수 있을까'라는 조씨 부부의 염려는 가족들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잘 자라는 로사를 보면서 행복으로 바뀌었다.

 "로사가 가족을 만나 사랑을 느끼고, 음악을 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능력만 되면 많은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진 것이 많고 풍족해서가 아니라 갖고 있는 것을 조금씩 나누면 이처럼 행복해지는구나 싶더라구요."

 원래 처음이 어렵다고 했던가. 조씨 부부는 로사로 인해 얻은 행복을 발판 삼아 또 한번 입양을 결심했다. 1993년 겨울 본당 주임신부를 통해 양부모님을 잃고 친구 집을 전전하던 당시 8살 지성(아가페, 24)이 사연을 듣고 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하지만 포대기에 싸여 들어왔던 로사와 달리 아가페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여태까지 살아온 생활환경과 방식이 달라서였다.

 하지만 조씨 부부는 이 과정도 입양의 한 단계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였다. 힘들 땐 기도하며 마음을 바로 잡았다. 이같은 정성 덕에 아가페는 '백의의 천사' 간호사로 성장했다.

 이어 조씨 부부는 97년 선욱(베드로, 12)ㆍ선민(바오로, 12) 쌍둥이 형제를 꽃동네 천사의 집을 통해 입양했다. 정기적으로 봉사를 다니던 조씨 부부는 미혼모 아이들을 돌보면서 "주님, 또 한번 입양할 아이들을 보내주신다면 지금처럼 열심히 키우겠다"고 늘상 기도하곤 했다.

 첼로를 전공한 로사를 따라 욱이와 민이도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을 배우기 시작했다. 낯을 많이 가리고 잘 웃지도 않던 쌍둥이 형제는 음악을 배우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조씨 부부의 집은 음악 소리가 하루도 그칠 날이 없을 정도였다.

 이런 조씨 부부를 보고 입양을 결심한 지인들도 상당수다. 그동안 25명에게 입양을 주선한 공을 인정받은 조씨 부부는 2007년 11일 입양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6년 전 조씨 부부 상황을 잘 알고 있던 한 수녀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쌍둥이 형제를 한번 더 받아달라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선욱ㆍ선민 형제를 입양할 때까지만 해도 찬성하던 남편 김씨가 또 다른 쌍둥이 얘기가 나오자 난색을 표했다. 아이들이 자립할 때까지 키우려면 족히 20년은 걸리는데 나이 70이 돼서 제대로 뒷바라지할 수 있을지 자신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때 의외의 '지원군'이 나타났다. 바로 아이들이었다. 오히려 첫째와 둘째는 "부모님이 나중에 돌아가시더라도 우리가 책임지고 돌볼테니 걱정마시라"며 어머니와 아버지를 응원했다. 로사도 "예쁜 쌍둥이 동생들 또 생기면 좋겠다"고 옆에서 부추겼다. 며칠간 가족이 함께 의논한 끝에 아름이와 다운이를 새 가족으로 맞아들이기로 했다.

 조씨 부부는 그동안 자녀들 생활비와 음악 레슨비, 교육비를 대느라 늘 절약하면서 살았다. 그나마 남편 김씨가 전문직종에서 일해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입학도 못시킨 막내 쌍둥이를 보면 은근히 걱정도 된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쌍둥이가 무럭무럭 커가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에 이내 묻혀 버린다.

 "되돌아보면 입양을 통해 우리 부부가 얻은 것이 더 많아요. 아이들을 통해 웃음을 얻고 행복을 느꼈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평협에서 받은 상도 사실은 우리 부부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맞는 것 아닌가요?"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