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너울, 즉 베일(Veil)은 여자가 얼굴이나 머리를 가리기 위해 사용하는 천이다. 장식이나 보호, 은폐 목적으로 머리나 얼굴에 쓴다. 기원전1200년 아시리아에서는 법령에 따라서 결혼한 부인은 의무적으로 베일을 써야 했다. 그리스 시대나 고대 로마 처녀들도 베일을 썼다. 오늘날에도 무슬림 여성들은 다양한 종류의 베일을 착용하고 있다. 무슬림 여성들에게 베일은 존경과 도덕성, 정체성, 혹은 저항 등 복합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가톨릭에서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미사보는 세례성사를 통해 깨끗해졌다는 순결함을 드러내는 교회의 오랜 관습이다. 얼굴을 베일로 가리면 악의 힘이 미치지 못한다는 믿음은 원시시대부터 있었다. 상복의 베일은 무서운 악마로부터 지켜주고, 결혼하는 신부의 베일은 음탕한 악마로부터 몸을 보호한다고 생각했다.
성경에서 얼굴을 가리고 덮는다는 것은 조심스러움을 나타내며, 상대방에 대한 경외심과 신중한 태도의 표현이다. 하느님께서 떨기나무 가운데서 모세를 부르시자 그는 얼굴을 가렸다. "'나는 네 아버지의 하느님, 곧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다.' 그러자 모세는 하느님을 뵙기가 두려워 얼굴을 가렸다"(탈출 3,6). 얼굴을 덮고 가리는 것이 강하고 위대한 존재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여성이 머리를 가리는 관습은 구약시대부터 있었다. 구약의 여성들은 자신이 미혼임을 드러내기 위해 머리를 가렸다. 따라서 여성들은 얼굴을 덮는 것이 일종의 관습이며 예절이었다. 레베카가 남편이 될 이사악을 만났을 때 너울을 썼다. "들을 가로질러 우리 쪽으로 오는 저 남자는 누구입니까?" 그 종이 "그분은 나의 주인입니다"하고 대답하자, 레베카는 너울을 꺼내어 얼굴을 가렸다(창세 24,65).
너울을 벗기는 것은 창피와 면박을 주는 행동이다. 구약성경 다니엘서에 나오는 유명한 수산나 이야기(다니 13장)에서 사람들 앞에서 수산나의 너울을 걷게 한 것은 그에게 수모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베일을 쓰고 있었는데, 그 악인들은 수산나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기려는 속셈으로 베일을 벗기라고 명령하였다(다니 13,32). 그래서 중세기에는 베일을 수치심의 방파제라고도 했다.
또한 얼굴을 가리는 베일을 쓰는 것은 판단력의 둔화를 상징하기도 했다. "세상은 악인의 손에 넘겨지고 그분께서는 판관들의 얼굴을 가려 버리셨네. 그분이 아니시라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욥 9,24).
초기교회에서 여교우들이 교회 공식 예절 때 머리를 가리는 관습은 사도 바오로가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를 공적으로 언급하면서부터 시작됐다(1코린 11,16). 바오로 사도는 베일을 예절의 표시로 간주한다. 여성의 머리는 남편을 상징하기에 교회 전례에 참여할 때 여성들은 머리를 가리라고 했던 것이다.
미사보를 쓰는 것은 교회의 오랜 풍습을 의미할 뿐 절대적이고 본질적인 신앙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머리에 베일을 쓰는 관습은 그리스도교에서 이어져 오늘날 여성 수도자들은 하느님께 속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로 베일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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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종류의 베일을 착용하고 이는 무슬림 여성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