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송희연 송도글로벌대
- 학설립지원재단 이사장
- (전 KDI 원장)
인천 송도 '송도글로벌대학교'는 지난해 5월 20일 학교 건물 기공식을 가졌다. 현재 뉴욕주립대학·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남가주대학·조지메이슨대학·델라웨어대학·조지아텍 등 6개의 미국 명문대학과 영국의 서리대학이 '확장 캠퍼스(Extended Campus)'로 송도에 입주키로 이미 MOU(의향서) 단계를 넘어 본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각 대학측엔 착수금까지 지불했다. 이 중, 한 개 대학은 올해 안에 개교할 수 있다.
확장 캠퍼스는 분교(Branch School)와 완전히 다르다. 분교는 본교와 같은 대학이라 하기 어렵지만, 확장 캠퍼스는 그 대학이 미국 캠퍼스 기준으로 직접 학생을 선발하고 같은 미국 교수가 같은 학사 일정으로 가르치며 같은 학사 학위를 수여한다. 이곳에 입학하면, 원하면 그 대학의 미국 캠퍼스에서 공부할 수 있다. 같은 학교 학생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교수진은 대부분 미국과 영국의 본교에서 파견된다. 각 대학의 학생 규모는 2000~3000명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10개 해외 명문대학교의 대학원만을 유치했으나 그 규모가 작으며, 두바이와 카타르의 경우는 학부를 유치했으나 그 규모가 수백명에 불과하다. 미국의 6개 대학 학부가 이렇게 대규모로 외국에 확장 캠퍼스를 여는 것은 미국 대학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입주 외국대학들은 도서관·실험실·운동시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각 대학은 경쟁력 있는 학과를 개설하여 학점을 서로 인정해 주게 될 것이다. 총 학생의 약 40%는 한국 학생들이고 약 30%는 미국 본교에서 유학 온 미국 학생들이며 나머지 30%는 중국·일본 등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될 것이다. 모든 학생은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며 학교생활을 통해 이문화(異文化)를 극복함으로써 21세기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특히 한국 학생들에게는 한국 역사와 국어 과목을 개설함으로써 정체성과 자부심을 고양하는 한편 영어 이외에 중국어와 일본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언어교육 기회를 적극 부여함으로써 모든 한국 학생은 적어도 3개 외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리더로서의 자질을 키워나갈 것이다.
현재까지는 중국·인도의 빠른 경제성장이 우리의 주력산업인 전자·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의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이대로 간다면 머지않아 '모방기술'에 의한 주력산업의 경쟁력은 중국과 인도에 밀리게 될 것이다. 우리도 모방했는데 중국·인도라고 모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의 새로운 돌파구는 BT·IT·NT 등의 원천기술 첨단산업과 금융·회계·물류·법률 등의 지식기반 서비스산업, 그리고 영화·건축·음악·미술 등의 문화창조산업이다.
우리가 이런 '첨단기술·비즈니스·문화의 융합 클러스터'를 조성하려면 실리콘 밸리와 맞먹는 아시아 특유의 '동서 지식문화 교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우리나라에 '아시아 교육 허브'를 조성하는 것이다. 송도에 그 허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 내에 약 10개의 세계적 명문대학이 입주하는 이외에 최첨단 기업연구소를 미국과 유럽에서 약 100개, 한국 및 아시아지역에서 약 100개를 유치하고 한국의 연대·고대·서강대·외대·인천대·인하대가 송도에 입주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인천공항과 함께 이곳이 명실상부한 '동서 지식·문화교류의 장'으로 발전하게 될 날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