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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살리자” 전세계가 나섰다

namsarang 2010. 1. 15. 07:41

아이티 살리자” 전세계가 나섰다

2010년 01월 14일 (목) 23:51   세계일보

 
각국 구조 손길 줄이어… 한국 천주교도 5만달러 긴급 지원
美, 항공모함·구호병력 5700명 파견


아비규환의 도시가 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전 세계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100만달러 지원과 함께 15일 한국국제협력단(KOICA) 직원과 의사·소방관 등 35명으로 구성된 해외긴급구호팀을 파견할 계획이다. 이들은 이미 아이티 현지에서 활동 중인 협력단 소속 봉사단원 5명과 함께 구호활동을 펼치게 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교구장 정진석 추기경)는 14일 봉사단체인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통해 긴급구호자금 5만달러를 아이티에 지원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한국 월드비전은 의약품과 담요, 식수, 식량 지원에 사용될 3만달러를 구호자금으로 보내기로 했다. 한국월드비전은 7만달러를 더 모금키로 하고 모금계좌(기업은행 082015-19504-036/후원전화 02-784-2004)를 개설했다.

이와 함께 한국인 선교사 등 교민 5명이 철수 권고를 무릅쓰고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위치한 한국사람의 교회 백삼숙 목사(67·여)는 ”교회에서 아이티 고아 25명 가량과 이재민 20여명을 돌보고 있다“며 ”이들을 포기할 수 없어 정부의 철수 권고를 따르지 않고 구호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이티에 대한 구호지원을 위해 1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군은 아이티 구호를 위해 선발대 100명을 포함한 제82공수사단 병력 3500명과 해병대 2200명을 파견하기로 했으며 미 국방부는 이와는 별도로 항공모함 1척과 수륙양용함 3척을 보내기로 했다.

미국은 C-130 수송기 두 대를 긴급 파견해 아이티를 빠져 나오려는 자국민에 대한 소개작업을 시작했다. 호주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등 3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기착지인 하와이에서 순방 취소를 발표하고 긴급히 워싱턴으로 복귀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1억달러를 아이티 구호기금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유럽국가로는 아이티에 가장 먼저 도착한 프랑스 구호팀은 가능한 빨리 구조활동을 벌일 계획이며 영국과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등도 구조 인력과 의료진을 급파하고 탐지견, 대형 구조장비를 긴급 지원키로 했다.

2008년 5월 쓰촨(四川) 대지진을 겪었던 중국은 100만달러를 지원키로 했고, 대만은 구호팀과 구호물자 2t을 아이티로 보냈다.

                                                                               한용걸·나기천·김은진 기자 icykarl@segye.com

 

[지진 참사 현장을 가다]

"10만명 사망"… 통곡의 아이티 대통령도 종적 감춰 '행정 붕괴'

 

도로·통신 등 기능 마비 "지옥의 땅 벗어나자"
도미니카로 탈출 행렬 한국인 70명 모두 안전

포르토프랭스에서 도미니카로 국경을 넘는 길은 '아이티 엑소더스'의 행렬이었다. '지옥'을 벗어나는 사람들은 얼이 빠져 있었다. 선두에 선 도미니카 현지인 차량은 앞이 막히면 뒷길로 돌았다. 재주를 부린 덕에 2시간 반 만에 국경을 통과했다.

현대중공업 자회사 데코의 강돈일(49) 상무. 아이티 발전소건설에 토목공사를 맡고 있던 그는 아이티 지진이 휩쓸고 간 포르토프랭스에서 '지옥의 24시간'을 보냈다. 꼬박 하루 만에 아이티를 육로로 탈출해 13일 오후 도미니카로 빠져나왔다.

아이티·도미니카 국경 근처에서 일본기자들이 일본사람인 줄 알고 그를 붙잡고 물었다. 그도 나중에 알았다. 아이티는 모든 통신·교통이 사실상 두절되고 행정도 공백상태였다. 지진 직후 CNN에 모습을 보였던 르네 프레발(Preval) 대통령부터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지진과 빵.’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임시 수용소에서 14일 한 어린이가 눈물범벅이 된 채 어른 품에 안겨 있다. 지진에서 살아남은 이 어린이는 먹던 빵을 놓치지 않고 있다. 12일 발생한 강진으로 폐허가 된 포르토프랭스 거리는 이재민과 부상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대통령의 행방이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정확한 사망자 집계는 아예 불가능했다. 장-막스 벨리브(Bellerive) 총리는 "사망자 수가 1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고, CNN도 '10만'으로 보도했다. 유리 라토르튀(Latortue) 상원의원은 AP에 "50만명이 숨졌을 수 있다"는 말도 했다.

도미니카 군인들은 국경에서 아이티인이 도미니카로 넘어오는 것을 막았다. 오후 3시 반. 천신만고 끝에 강 상무는 마침내 산토도밍고 땅을 밟았다. 호텔에 도착한 그는 아직 충격을 벗지 못하고 있었다. 구정물을 먹는 빈곤의 땅, 지진이 휩쓸어버린 땅을 빠져나왔다는 게 실감이 안 났다. 한 직원은 "저주받은 땅"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현지 교민 및 체류 한국인 70명은 모두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티에서 발전소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한국인 17명도 산토도밍고로 모두 철수했다. 유엔은 피해가 컸다. 중남미 최빈국인 아이티는 유엔원조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상주 인력이 많았다. 지금까지 사망 16명, 부상 56명, 실종 150여명이다.

강 상무는 끔찍했던 이틀 전 지진 순간의 악몽에 대해 가까스로 입을 뗐다. 지난 12일 오후 4시 20분. 갑자기 책상이 바닥에서 튀어 가슴 높이로 올라왔다. 거대한 굉음을 내는 지진은 마치 전쟁의 개시 같았다. 도면을 놓고 상의하던 프랑스인도 깜짝 놀랐다. 담으로 둘러친 블록 벽이 무너져 컨테이너사무실 한쪽 면을 덮쳤다. 밖으로 나와 보니 사람들이 중심을 잃고 모두 쓰러졌다. 산 중턱에서 내려오다 이를 목격한 직원은 갑자기 모든 사람이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길이 마치 파도를 치는 것처럼 좌우로 흔들리며 몰려왔다.

오후 4시 55분. 직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포르토프랭스 북서쪽 카르푸에 있던 직원은 산이 갈라졌다고 말했고, 도심 쪽에 있던 직원은 포르토프랭스의 계곡이 무너진 산으로 메워졌다고 전했다. 아이티는 산꼭대기로 올라갈수록 부자동네이고, 안전하다.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산 중턱에 있는 한 직원의 집에 모두 모이기로 했다.

약탈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14일 한 주민이 지진으로 파괴된 수퍼마켓에서 약탈한 식품을 머리에 이고 황급히 이동하고 있다./로이터 뉴시스
지진은 꼭대기부터 무너뜨렸지만, 산기슭 빈민들의 고통은 컸다. 빈민촌인 시티솔레이를 차로 지났다. 치안 부재라 가까이 갈 수 없는 이곳을 멀리 돌아가는데 땅이 다시 흔들렸다. 여진(餘震)이다. 시티솔레이에서 철새 울음이 들렸다. 사람이 내는 소리였다. 땅이 흔들릴 때마다 빈민촌에서는 절규하는 철새 울음이 퍼졌고, 먼지는 구름이 되어 도시를 덮었다.

오후 9시쯤. 17명의 직원이 한 집에 모였다. 어떻게 이 도시를 빠져나갈지 머리를 맞댔고, 궁리는 날짜를 넘겨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계속됐다. 침대에 누웠는데 자꾸만 바닥이 흔들렸다. 아이티인들은 집에 못 들어갔다. 지붕이 무너질 염려가 없는 길바닥에서 밤을 보냈다.

13일 오전 11시 반. 도미니카로 빠져나가기에 위치가 좋은 직원의 집으로 다시 헤쳐모였다. 차량 5대가 모이는데 애를 먹었다. 주유소마다 차량들로 바글댔다. 벌써 기름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기름을 채우는데만 1시간이 걸렸다.

아이티에서 외국인이 걸어 다니는 것은 자살행위다. 돈을 노리는 아이티인은 총으로 무장되어 있다. 짙은 선팅을 한 자동차를 타야 그나마 조금 낫다. 창문 너머로 집들은 무너지고, 병원 앞에는 수백m씩 시체가 쌓였다. 다시 산토도밍고. 아이티 카르푸의 공장에는 아직 기름이 남아 있다는 게 생각났다. 약탈당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이티를 도웁시다

  • 조선일보는 국제구호개발NGO '굿네이버스'와 함께 아이티 돕기 운동을 펼칩니다. 아이티 국민들이 절망의 늪에서 하루빨리 일어설 수 있도록 자그마한 정성이라도 함께 나눕시다. 여러분의 손길이 그들에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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