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암굴의 성모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미술이 전성기를 누린 시기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미켈란젤로·라파엘로가 같이 활약했던 1500년에서 약 20년간이다. 이 세 미술가가 이루어낸 독창적이고 지적이면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미술 작품들은 이 짧은 기간을 가장 감동적인 시기로 기억하게 만든다. 가장 나이가 많았던 인물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였다.
레오나르도는 화가, 조각가, 미술이론가였을 뿐 아니라 과학자, 엔지니어이기도 했던 만능인이었다. 그는 베로키오의 공방에서 미술을 배웠는데 베로키오가 레오나르도가 그린 천사에 감명을 받고 붓을 꺾고 조각에만 전념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레오나르도는 미술은 기술보다는 과학과 정신의 작업이라고 생각했고, 관찰력과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주변의 사물들을 스케치할 것을 권장했다.
그가 30대 초반에 그린 '암굴의 성모' (1480년대)에서 기이하게 생기고 비죽비죽 튀어나온 돌들로 묘사된 환상적인 동굴은 그의 지질학적 지식이 바탕이 된 것이다. 어두운 암굴 속에 마리아를 정점으로 왼쪽에 세례 요한 그리고 오른쪽에 천사와 아기 예수가 안정된 삼각형 구도로 구성된다. 이들은 신체적으로는 서로 떨어져 있지만 시선과 손길로 심리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사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모습의 마리아는 마치 영혼이 말하듯 신비스럽고 아름답다. 그는 오른손으로 세례 요한을 보호하듯 감싸고 있으면서 왼손을 천사 쪽으로 뻗는다. 섬세하고 강렬한 얼굴의 천사는 시선을 관람자 쪽으로 약간 돌리고 있다. 아기 예수는 세례 요한에게 축복을 의미하는 손동작을 하고 세례 요한은 이를 기도하듯이 받아들인다. 각 인물은 선으로 정확하게 묘사되지 않고 마치 베일 속에서 형태가 서서히 드러나는 듯하다. 인물과 풍경을 전체적으로 감싸주는 것은 깊은 어두움 속에 스며드는 광선이다. 자연스러우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성가족의 모습, 균형 잡힌 구도와 조화로 절묘하게 그려진 이 그림은 르네상스 미술의 전성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