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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업체 할인경쟁의 得과 失은?

namsarang 2010. 1. 29. 07:54

[경제기사야 놀~자]

대형 유통업체 할인경쟁의 得과 失은?

  • 김영귀·KIEP 부연구위원

 

“10원이라도 더 싸게”… 대형마트‘할인 혈전(血戰)’

 

신세계 이마트의 12개 생필품 가격 인하 선언으로 촉발된 대형마트 업계의 가격인하 전쟁이 불붙고 있다. 롯데마트는 14일 “이마트가 신문에 가격을 내리겠다고 광고한 상품에 대해서는 단돈 10원이라도 더 싸게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홈플러스도 가격에서 밀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이마트는 15일 추가 가격인하 품목을 공개하겠다며 재반격에 나선다. ‘빅3’ 대형마트 간 자존심을 건 가격인하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이마트의 가격인하 방침 발표 후 일부 품목의 가격은 일주일 새 40% 넘게 떨어졌다. …대형마트의 가격인하경쟁이 소비자들에게 좋지만 문제도 일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사만 의식한 나머지 일부 품목의 경우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채 “경쟁사보다 싸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는 것.

김영귀·KIEP 부연구위원

◆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몇몇 대기업이나 주요 기업들이 특정 상품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산업이나 극장, 대형유통업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지요. 앞서 소개된 기사에 등장하는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도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에서부터 일반 생필품까지 다양한 제품의 국내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형유통업체들입니다. 이렇게 소수의 기업들이 특정 제품의 시장을 지배하는 시장구조를 경제학에서는 흔히 '과점(寡占)시장'이라고 합니다. 과점시장에서는 소수의 공급자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기업의 가격결정이나 마케팅활동이 다른 기업의 이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따라서 서로가 상대방의 의사결정을 눈여겨보고 그에 대응한 의사결정을 하게 되지요. 위의 기사에서 나오는 가격인하경쟁도 과점기업들끼리 대응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과점시장과 베르트랑 게임(Bertrand Game)

 

과점시장에서 기업의 행위를 설명하는 데는 게임이론이 많이 사용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볼까요? 시장에 동일한 상품을 공급하는 A·B 두 개의 기업이 있다고 칩시다. 만일 두 기업이 해당 상품에 서로 다른 가격을 매겨 시장에 공급하게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당연히 높은 가격을 책정한 기업의 상품은 팔리지 않을 것입니다. 동일한 상품을 비싼 값에 구매할 소비자는 없을 테니까요. 따라서 A·B 두 기업은 해당 제품에 같은 가격을 책정해 시장에 공급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가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느 한 기업이 상대방보다 가격을 다소 낮추면 기존보다 더 큰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이전과 동일한 가격을 유지한 기업은 매출도 줄고 이윤도 감소하게 되지요. 따라서 과점시장에서 동일한 가격을 책정해 상품을 공급하는 두 기업은 서로가 자기 상품의 가격을 다소 낮추어 이윤을 늘리려는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 어느 한 기업이 상품의 가격을 낮추면 상대방도 따라서 같이 낮추게 됩니다. 만일 상대방이 조금 더 큰 폭으로 가격을 낮추면 위의 기사에서 나오는 대형유통업체 간 가격인하경쟁과 같이 과점기업 간 가격인하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이와 같이 과점기업 간 가격인하경쟁을 경제학적으로 설명한 것이 '베르트랑(Bertrand) 게임'입니다.

기업이 초과이윤 안 나면 가격인하경쟁 종료

그런데 이와 같은 가격인하경쟁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요. 가격인하경쟁이 심화되면 결국 개별 기업이 부담할 수 있는 최저수준까지 가격은 내려갑니다. 과점기업 간 해당 상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다르다면 높은 비용구조를 갖는 기업이 곧 손을 들고, 가격인하 전쟁은 끝이 납니다. 해당 제품의 생산비용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가격은 해당 상품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까지 떨어져 과점기업의 초과이윤은 없어지고 더 이상 가격인하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위의 기사에서 나오는 유통업체의 경우는 해당 상품을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인하경쟁 결과 가격은 해당 상품을 납품받는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고, 그 선에서 가격인하경쟁은 끝이 납니다. 그러니 누가 더 싼 가격에 공급물량을 확보하는지가 유통업체 간 가격경쟁의 핵심이 되는 것이지요.

 

이미지 제고, 고객 유인 위해 출혈경쟁 하기도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납품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출혈경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유통업체의 가격인하경쟁이 단순히 해당 상품의 판매이익을 극대화하기보다는 경영상 또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같은 제품을 가장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이미지 제고 효과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비록 해당 상품의 판매에서는 손해를 보고 있지만 여기서 사면 가장 싸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 주어 장기적으로 유통업체의 이미지를 높이면서 매출도 늘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입니다.

또 유인가격정책의 하나로 출혈판매를 할 수도 있습니다. 기사를 보시면 대형마트들이 가격을 인하하면서 막상 물량을 충분히 마련해 놓지 않아 싼 삼겹살을 사러 갔다가 정작 삼겹살은 사지 못하고 다른 물건만 사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대표적인 유인가격정책이지요. 정상가보다 싼 상품(미끼상품)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후 다른 상품의 판매를 통해서 미끼상품에서의 손실을 보충하려는 의도입니다.

 

중소 공급업체가 할인경쟁의 피해자 되기도

대형유통업체에 상품을 납품하는 중소 공급업체가 가격인하경쟁의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가격경쟁을 하기 위해 보다 싼 값에 공급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결국 대량구매자의 지위를 최대한 이용하여 해당 상품을 공급하는 중소업체의 납품가격 인하를 강요하게 됩니다. 유통업체 간 가격인하가 납품업체 간 납품 가격인하경쟁으로 변하는 것이지요.

어쨌든 대형유통업체 간 가격인하경쟁은 해당 상품의 소비자가격이 싸지는 결과를 초래해 소비자에겐 득이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인하경쟁을 하면 이윤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경쟁을 하기보다는 상대 기업과 협의를 통해 비슷한 가격을 유지해 서로가 일정한 수준 이상의 초과이윤을 얻으려고 합니다. 이를 소위 가격담합이라고 하지요.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과점기업 간 공정한 가격경쟁을 통해 초과이윤이 없는 상태까지 공급이 이루어지는 것이 완전경쟁상태와 유사하여 효율성도 높아집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과점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유지될 수 있도록 과점기업 간 가격담합 행위를 불공정 행위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 쉽게 배우는 경제 tip

게임이론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라 결과가 결정됩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 결과가 우리의 선택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보통 ‘용의자의 딜레마’라고 하는 게임이 있습니다. 2명의 용의자가 있는데 둘은 공범입니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둘 다 입을 다물면 모두 석방이 되지만, 한 명이라도 자백을 한다면 자백한 사람은 수사에 협조를 한 대가로 석방되고 묵비권을 행사한 사람은 10년의 형량이 구형됩니다. 둘 다 자백을 하면 각각 5년이 구형됩니다. 우리가 한 명의 용의자라고 생각해보죠. 지금 공범이 자백을 했는지 여부를 알 수 없습니다. 상대가 자백을 한다고 가정해 보죠. 내가 묵비권을 행사하면 10년을, 같이 자백을 하면 5년이 구형됩니다. 당연히 자백을 해야겠죠? 만약에 공범이 묵비권을 행사한다면 어떨까요? 내가 자백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석방됩니다. 상대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자백이 가장 좋은 선택입니다. 결국 두 용의자 모두 자백을 선택하고 5년을 구형받는 것에서 균형이 이뤄집니다. 이렇게 서로의 선택에 의해 결과가 영향을 받는 것을 전략적 상황이라고 합니다. 게임이론은 이러한 전략적 상황을 다루는 이론적 도구입니다.


1944년 수학자 폰 노이만과 경제학자 오스카 모르겐슈테른의 ‘게임과 경제적 행위에 대한 이론’이라는 책이 발간되면서 게임이론은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경제학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중요한 방법론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KIEP·조선일보 공동기획기사 문의는 (02)3460-1156KIEP  연구조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