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5주일- 산채로 사람을 낚아야 합니다

namsarang 2010. 2. 8. 17:38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5주일- 산채로 사람을 낚아야 합니다


                                                                                     홍승모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시몬 베드로가 어떻게 주님께 선택됐고 어떻게 주님을 따랐는지를 보면서, 선택받은 사람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묵상하게 됩니다.

 주님은 호숫가에 대어놓은 배 두 척 중에 시몬의 배에 오르십니다. 시몬의 배를 자유로이 선택하신 것입니다. 배는 교회를 상징합니다. 배에는 주님이 앉아 계시며 당신 말씀으로 사람들을 가르치십니다.

 그렇다면 선택받지 못한 다른 배는 주님이 함께 하시지 않는 것일까요? 일찍이 카인은 하느님이 아벨의 제물만을 선택하신 것에 대해 증오를 품고 아벨에게 보복했습니다. 카인은 자신이 선택받지 못했기 때문에 은총이 아벨에게만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은총을 차지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 미움은 끔직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사실 주님의 선택은 카인의 생각과는 다르게 진행됩니다. 우리는 베드로를 통해 다른 배도 가라앉을 정도로 물고기가 가득 차게 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루카 5,7). 주님 은총은 선택받은 사람을 통해 서로에게, 그리고 모든 이에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복음 선포의 본질입니다.
 
 복음 선포는 주님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이제 교회에 현존하시는 주님은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고 말씀하십니다. 베드로는 어부였습니다. 그의 오랜 경험과 판단으로 보아 그날은 물고기를 낚기에 좋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루카 5,5)하고 대답합니다. 주님은 어부인 베드로의 경험과 판단을 뒤집어 놓는 명령을 내리셨지만, 베드로는 주님의 말씀을 따릅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루카 5,5).

 결과는 정말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된 것입니다. 이에 대한 베드로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루카 5,8).

 어쩌면 베드로는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무시한 주님 명령을 속으로 비웃었을지 모릅니다. 마음속으로는 망신을 주기 위해 비아냥거리면서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그냥 따르는 척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놀라운 결과에 비로소 자신의 부끄러운 내면을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예언자 이사야에게서도 같은 상황을 보게 됩니다. "큰일 났구나. 나는 이제 망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이다. 입술이 더러운 백성 가운데 살면서 임금이신 만군의 주님을 내 눈으로 뵙다니!"(이사 6,5).

 바오로 사도에게서도 똑같은 상황을 보게 됩니다. "사실 나는 사도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로서, 사도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는 몸입니다. 하느님의 교회를 박해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푸신 은총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들 가운데 누구보다도 애를 많이 썼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아니라, 나와 함께 있는 하느님의 은총이 한 것입니다"(1코린 15,9-10).

 예언자 이사야도, 바오로 사도도 처음에는 자신의 경험과 판단과 생각만 고집했던 부끄러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과의 만남과 선택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비로소 바라보고 성찰하게 된 것입니다.

 물고기를 낚는 어부였던 베드로는 이제 자신이 낚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의 내면에는 빛만이 아니라 어두움도 감춰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바다에 그물을 던지면 살아있는 물고기만 걸려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온갖 쓰레기도 걸려 올라오듯이 말입니다.
 
 주님의 선택은 우리 내면에 숨어있는 잘잘못을 가리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주님 은총을 신뢰하게 인도합니다. 주님과 화해하고 자기 자신과 화해함으로써 이웃을 위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합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고백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주님이 명령하신대로,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고 산채로 사람을 낚아야 합니다.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없듯이, 생명의 숨을 호흡할 수 있도록 산채로 사람을 낚아야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헌신하고 관심을 갖는 곳에 바로 주님 나라가 성장하고 싹을 발아하게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