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꿈틀거리는 '나눔'
작지만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문정2동본당 정지홍(아녜스, 72) 할머니의 통장에서는 매달 후원금으로 15만원이 넘게 빠져나간다. 빠듯한 살림 때문에 때로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할머니는 틈틈이 통장을 정리할 때마다 남모르는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1984년 이웃의 권유로 세례를 받은 정 할머니는 '기부'에 관심이 많다. 대표적으로 1989년부터 18년간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한가족 장학회'에 매달 2만원씩 보내 소년소녀가장을 후원하고 있다. 또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가톨릭나사업연합회, SOS 어린이 마을, 장애인 복지시설 애덕의 집,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군종후원회 등에도 매달 5000원~2만원씩 후원금으로 보낸다. 정 할머니가 매달 자동이체를 통해 꼬박꼬박 후원금을 보내는 곳은 무려 15곳이 넘는다. 후원금은 투병 중인 중증 환자와 의탁할 데 없는 노인과 고아, 장애인 등에게 훈훈하게 전해진다. "몇 군데나 후원하는지 너무 많아 다 기억나지는 않아요. 나도 젊어서 고생을 해봐서 그런지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보면 마음이 아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더라고요. 어렵게 셋방살이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남을 도울 수 있는 것도 행복이에요." 정 할머니는 교무금 등 가톨릭 신자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 외에도 취지에 공감하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이라면 '그때그때 망설이지 않고' 기부를 한다. 그렇다고 살림살이가 남들보다 더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남편 이보환(바오로, 70)씨가 지금도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어 노후에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아도 될 정도일 뿐. 특히 정 할머니의 후원은 일회성이 아니라 대부분 10년 이상 이어온 장기 후원이다. 후원회원 번호가 '373번'인 음성 꽃동네를 비롯해 가톨릭나사업연합회 등은 20년 이상 후원해 5년마다 주는 감사메달을 네개나 받았다. 남편 사업이 어려웠을 때 잠시 후원금액을 조금 줄이는 한이 있어도 나눔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매달 후원금을 자동이체로 납부하는 것도 지로를 이용하면 여유가 없거나 은행가기 번거롭다는 핑계로 후원을 지속적으로 하기 힘들어질 것 같아서다. 그래서 처음 자동이체를 신청할 때 아예 이체기간을 5년으로 길게 정해 놓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크고 작은 나눔을 끊임없이 실천하고 있는 할머니는 자신이 결코 특별하지 않다고 말한다. "생각의 차이라고 봐요. 어려운 사람 보면 안타깝다,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아마 대부분 다 할 거예요. 그 돕고 싶은 마음을 몸으로 실천하기가 어려운 거죠. 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