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행복입니다

5-생활이 '나눔'인 박찬영 할머니

namsarang 2010. 2. 25. 21:30

[나눔은 행복입니다]

 

5-생활이 '나눔'인 박찬영 할머니


   "많지 않아도 나누며 사는 거죠"
박찬영 할머니가 저녁 손님을 맞으려 음식 재료를 다듬고 있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 추레한 노숙자가 찾아들었다.

 식당 주인인 박찬영(체칠리아, 77, 서울 가회동본당) 할머니는 얼른 따뜻한 밥과 반찬을 챙겨준다.

 매일 두세 명씩 찾아오는 노숙인들과 동네 어르신들에게 박 할머니는 예수님을 대하듯 기꺼이 설렁탕 한 그릇을 대접한다.

 1969년부터 서울 종로구에서 '만수옥'이라는 음식점을 운영해온 박 할머니에게 나눔은 생활이다. 그렇게 다 퍼주고 뭐가 남느냐는 물음에 그만큼 절약하면 된다는 할머니는 종업원들에게는 고깃상을 차려주고 자신은 정작 설렁탕 한 그릇에 김치, 시금치 반찬으로만 식사를 했다. 사순절 금요일이었다.

 해방 직후 16살 나이로 혼자 월남한 할머니. 가게가 자리 잡히기도 전에 남편이 앓아누워 병수발을 9년 동안 하는 등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늘 "돈이 많아서 나누는 것이 아니다"며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나눔과 봉사를 실천해왔다.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라는 기도 구절처럼 제가 여기서 잘 살면 우리 부모님도 잘 되지 않을까, 우리 부모님도 북에서 혹시 저런 모습으로 계시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어요."

 박 할머니는 가회동본당 빈첸시오회 창립 때부터 회장으로 20년을 일하면서 동네 무의탁 홀몸어르신들을 위해 골롬바의 집을 마련해 어르신들을 모시는 한편, 고아와 장애인, 노숙인 시설 등 여섯 곳에 후원을 하고 있다. 6개월 전 계단에서 넘어져 병원에 입원하면서 이젠 후배들에게 직책을 다 넘겨주고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지만 그의 이웃사랑은 그칠 줄을 모른다. 응급실에서 병실이 나기만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보다 못해 자신이 희생하기로 하고 일부러 퇴원도 일찍 했을 정도다.

 평소에 나눔의 삶을 사는 것이 알려져 올 1월 서울대교구 총대리 염수정 주교에게서 표창장을 받은 박 할머니는 "다 이끌어 주시는 신부님과 수녀님, 도와주는 협력자들이 있으니까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겸손해했다.

 박 할머니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15년째 일하고 있다는 정규심(54)씨는 "검소하고 근면하신 것뿐 아니라 성탄절날 종업원 자녀들 선물까지 챙기실 정도로 자상하신 분"이라며 "존경을 너머 제일 사모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 다음에 하느님이 뭐했냐고 물으시면 대답할 말이 있어야 하잖아요? 후회 없이 열심히 살면 하느님도 보살펴 주시겠죠."

 답을 준비해 놓아서 일까. 주름진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가 잔잔하게 번졌다.  

                                                                                        김민경 기자 mksophia@pbc.co.kr

                                                                                                       2007. 03. 11발행 [9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