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바이러스 퍼트리기는 부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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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수선점을 운영하며 `한끼 100원 나누기`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이인용씨 부부. 작업대에 놓인 모금함은 이웃들에게 나눔을 전파하는 도구다. | 서울 마포구 공덕동 주택가 골목의 '공덕 구두수선 전문점'. 자그마한 이 가게의 작업대 위에는 '한끼 100원 나누기' 모금함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구두를 닦으러, 혹은 낡은 구두 수선을 맡겼다가 찾아가는 손님들은 주인 이인용(사도요한, 63, 서울 공덕동본당)씨에게 묻는다. "아저씨, 수선료가 5000원이라면서 왜 100원을 거슬러 주는 거죠?" "거기 '한끼 100원 나누기' 모금함에 넣으시라고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펼치는 '한끼 100원 나누기'는 음식점에서 손님에게 음식값을 100원씩 깎아 주고 대신 거스름돈 100원을 이웃돕기 모금함에 직접 넣도록 권유하는 일종의 나눔 확산운동. 이씨와 부인 최강자(마틸다, 55)씨는 이웃 신자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한끼 100원 나누기' 포스터를 보고 그 취지에 공감해 나눔에 동참했다. 이씨는 구두를 고쳐주고 5000원~3만원씩 받을 때마다 한 끼 음식값(5000원)으로 따져 100~500원씩 적립하는 방법을 택했다. 구두 한 켤레를 닦고 받는 돈은 2500원이지만 역시 손님에게 100원을 거슬러 주고 모금함에 넣도록 권한다. "100원은 작은 돈이지만 모이면 누군가의 생명도 구할 수 있잖아요." "그런 좋은 뜻이라면 몇 푼 더 보탤게요." 거슬러 받은 100원뿐 아니라 자신의 지갑에서 더 보태어 모금함에 넣는 손님을 보며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지는 이씨. 또 한 사람의 손님에게 '나눔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순간이다. 유명 구두회사 전문 기술자였던 이씨 부부는 평소 '나눔'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 2004년 10월 뜻밖의 사고로 직장을 잃기 전까지 만해도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시골 성당이나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주머니를 털어 기부하곤 했다. 그러나 먹고 살려고 구두 수선점을 열고나니 집과 가게 월세를 감당하기도 빠듯해 정기적으로 후원금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지난해 '폐동맥색전증'이란 무서운 병으로 몇 달 동안 투병하다 죽을 고비를 넘긴 이씨는 몇 달 전부터 '한끼 100원 나누기'를 통해 다시 나눔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앉아서라도 일할 수 있는 힘을 주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니 욕심을 버릴 수 있더군요. 100원을 모금함에 넣을 때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져요." 하루 종일 '냄새 나는' 구두와 씨름하면서도 마음은 누구보다 부자인 이인용씨.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이씨의 얼굴에는 언제나 웃음과 여유가 떠나지 않는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