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성금 보내는 김용랑씨
"인터뷰요? 저보다 더 많이 베풀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는 인터뷰라는 말에 펄쩍 뛰었다.
그런데도 약속장소에 나와 주었다. "형제님의 소박한 마음이 지면을 통해 전파되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따뜻해질 테고, 그러면 그게 결국 하느님 사업 아니겠느냐?"는 설득에 수긍한 것이다.
본보 사랑나눔 캠페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에 매주 성금을 보내오는 김용랑(스테파노, 63)씨.
액수는 1만 원부터 10만 원까지 변동이 있지만 어려운 이웃과 나누면서 살려는 마음은 6년째 변함이 없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그는 평범한 가장이다. 월급쟁이 생활과 자영업을 하다 지금은 조금 벌어놓은 돈 갖고 그럭저럭 살아간다. 그런데도 사회복지시설을 비롯해 여러 곳을 후원한다.
"5000원짜리 백반 대신 2500원짜리 잔치국수 먹으면 돼요."
그는 "남을 돕는 일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밥 대신 국수 한끼 먹으면 2500원 아낄 수 있잖아요. 그 돈이면 불우이웃돕기 ARS 전화 한 번 누를 수 있는데.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하고 미루는 사람은 여유가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없는 거예요."
그는 배고픈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6ㆍ25 전쟁 때 월남해 독학으로 중고교를 다니는 동안 배가 고파서 허리 한 번 제대로 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시장에서 파는 가락국수를 쳐다보면서 '삼키지 않아도 좋으니 입에 넣어만 봐도 원이 없겠다'며 침을 꼴깍 삼킨 적이 있을 정도다.
"언젠가 아버님이 보리죽을 뜨고 계시는데 거지가 문 앞에서 '밥 달라'고 소리쳤어요. 아버님이 거지를 부르시더니, 숟가락 닿은 부분을 조심스럽게 걷어내시고 남은 것을 내밀더라구요. 그런 아버님을 보고 자랐어요."
그는 이어 "나눔은 신앙인의 사명"이라며 마르코 복음(12, 28-34)을 언급했다.
"예수님이 가장 큰 계명은 하느님과 네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게 모든 번제물과 희생제물보다 낫다고 일러주셨습니다. 예수님 일생을 보세요. 배고프고 병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사신 것도 부족해 십자가 죽음까지 받아들이셨어요."
그는 예비신자 교리반을 맡을 만큼 성경과 교리지식이 해박하다. 하지만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다. 옛 사람들이 성경을 알아서 콩 반쪽을 나눠 먹으며 배고픔을 이겨낸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선조들은 보리죽 한 끼도 감지덕지한 시절에도 마을에 굶는 사람이 있으면 양식을 한 줌씩 거둬 갖다줬어요.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나누며 살 수 있습니다."
그는 "강에서 물놀이를 하다 움푹 패인 곳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은 누가 옆에서 '탁' 쳐주면 위기를 모면한다"며 "평화신문 독자들 사랑은 그처럼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살려내는 생명의 손길"이라고 말한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
▲ 어렵사리 인터뷰에 응한 김용랑씨는 "신앙인이 혼자 호의호식하다 하늘나라에 가면 하느님이 '너 잘 살다 왔구나' 하고 반겨주시겠느냐?"면서 나눔은 신앙인의 사명이라고 말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