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룡 신부(서울대교구)
"제가 선교에 열의를 가지게 된 계기가 있어요. 몸이 너무 아팠는데, 열심히 기도하며 하느님께 매달렸지요. 거짓말처럼 나았어요. 이것을 본 본당 주임신부님이 선교하라고 해서 선교를 하게 되었어요."
수많은 미신자를 입교시킨 한 평신도 이야기가 '바오로 해' 마지막 날인 2009년 6월 29일 평화방송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왔다. 우리가 지난해 기념했던 바오로 사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선교다.
그러나 그분이 이방인 선교를 나서기 전에 가졌던 내면적 변화는 엄청났을 것이다. 사지로 떠나는 선교영성의 뿌리는 무엇인가? 그 내적 힘을 우리가 배운다면, 우리 또한 현대의 또 다른 바오로 사도 같은 선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바오로가 박해자에서 이방인의 사도로 변화하게 된 근본 이유는 자신의 내면적 회개였다. 다마스쿠스 체험은 바오로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결정적 사건이었다. "어디로 가느냐?" 라는 예수님 물음은 바오로에게 그동안 살았던 모든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는 예수님의 이 말씀에 참다운 회개를 하게 되고, 자신의 삶을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 "나에게는 삶이 곧 그리스도이며 죽는 것이 이득입니다"(필리 1,21). 자신의 삶과 그리스도의 삶을 하나로 생각하며, 오로지 그분을 전달하는 데 온 생애를 바쳤다.
바오로 회개에 예수님은 그에 걸맞은 참회의 시간, 수덕의 시간을 주신다. 올바르게 하느님을 전파할 수 있기 위해, 또한 완전한 자유로 주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수덕생활을 허락하셨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삶의 진정한 목적이 주님과의 일치이고, 이것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고 다짐했다. "나의 주 그리스도 예수님을 아는 지식의 지고한 가치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해로운 것으로 여깁니다.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깁니다"(필리 3,8).
우리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선교에 임하는가? 외적 입교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선교를 위한 영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바오로 사도의 내면적 신앙의 흐름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 우리가 그동안 살았던 삶의 자세를 바꾸지 않고, 내적으로 수덕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하느님 말씀 선포에 온전히 매달리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주님께서 우리를 선교사로 계속 부르실 수 있도록 우리의 삶을 정화하지 않는다면, 선교사로서의 우리 삶은 무의미 할 것이다. 바오로는 이러한 수덕적 삶을 필리피서에서 밝혔다.
"나는 이미 그것을 얻은 것도 아니고 목적지에 다다른 것도 아닙니다. 그것을 차지하려고 달려갈 따름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이미 나를 당신 것으로 차지하셨기 때문입니다. 형제 여러분, 나는 이미 그것을 차지하였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나는 내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하여 내달리고 있습니다"(필리 3,12-13).
이는 주님이신 그리스도와 일치하려는 바오로의 영성적인 내적 삶이 강하게 드러난다. '바오로 해'가 끝났지만, 바오로 사도의 드높은 선교 영성은 본성상 선교를 해야 하는 교회가 항상 되새겨야 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모든 것을 주님 전파에 바칠 수 있도록 한 그의 끊임없는 내면적 회개와 기도의 삶이었다. 살아 있는 신앙과 굳건한 희망에 찬 선교사는 기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날마다 자기 직무의 수행으로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 안에서 자라나야 한다.(「선교 교령」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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