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 전례사목부 담당)
어느 날 TV 프로그램에서 한 어머니에 관한 내용을 보았다. 그 어머니는 한국 요리를 매우 잘했고, 종갓집 며느리로 안 해본 음식이 없었다. 김치, 간장, 된장, 고추장, 그리고 필자가 모르는 여러 발효 음식들, 젓갈, 떡 등 우리가 평소 먹는 음식부터 잘 알지 못하는 음식까지 정말 가지 수도 많고, 손도 많이 가는 그런 음식들을 만들면서 말도 많이 하고, 자랑도 하는 그런 어머니였다.
당신이 직접 요리한 음식을 자녀들과 며느리에게 나눠 주면서 "너희들은 매일 좋은 것만 가지고 가니" 하고 투정하면서도 얼굴에는 살짝 웃음이 넘치는 그런 어머니를 보여줬다. 필자는 그런 내용을 접하면서 우리들 어머니를 생각했다. 항상 가족을 위해 음식을 장만하고, 시집살이를 하면서 자녀들을 키워낸 장한 어머니들, 물론 나의 어머니 역시 그런 분이셨다. 그래서 그 프로그램을 볼수록 콧등이 찡했다. 내 이웃, 우리 가족 이야기이여서 그렇다.
방송에서 본 다른 프로그램이다. 우리 이웃 중 아시아에서 온 여성들이 있다. 그들은 이역만리에서 고향을 등지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한국 남편만 보고 왔다. 언어도, 음식도 다른 낯선 땅에서 발붙여 사는 게 쉽지 않은 그들은 특히 자녀들이 학교에서 외국인으로 인식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그리고 그 자녀들은 한국말을 못하는 '아시아'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이러한 다문화 가족의 애환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우리 이웃에서 우리와는 다르게 살면서 꿋꿋이 한국에 정착해가는 소수의 아시아 며느리를 진솔하게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방송국에서 그들을 고향으로 여행을 보내 친정 가족과 만나게 해준다. 그 상봉 장면을 통해 그들 친정인 아시아의 문화와 삶을 알게 되고 두 나라가 가까워지는 것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주변 아시아 여성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 방송의 힘은 우리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를 훈훈하게 전해주고, 우리 삶을 의미있게 해준다. 선교에서 활용될 수 있는 방송 매체는 우선 우리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감동을 주는 것이면 좋겠다. 예수님을 직접적으로 전하는 것보다 이웃들의 삶 이야기를 전하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이웃 사랑의 이야기들, 예를 들어 국내입양기관이나 미혼모 시설 등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하면 어떨까.
사실 선교는 아주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 신앙 이야기를 감동있게 전하면 된다. 삶 속에 살아있는 그리스도를 자연스럽게 전하는 일이다. 그것도 방송이라는 전달 매체를 통해서 말이다.
이젠 방송뿐만 아니라 인터넷 역시 그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부담되지 않게 접근하면서 감동을 주며 그리스도가 우리와 함께 있다고 자각할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 마치, 맛있게 차려준 음식을 만들어 준 어머니와 같은 분이 바로 예수님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이국땅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아시아 며느리를 도와주는 사람 이야기가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나올 경우 그 사람이 가톨릭 신자였다는 것이 알려지면 그 역시 선교 효과가 있을 것이다.
복음 선포를 위해 사회 홍보 수단을 이용할 때는 어떤 호소력을 앞세워야 한다. 왜냐하면 매스 미디어를 통한 복음 선포는 일반 대중에게 전달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자의 양심을 파고들어 마음속에 남게 해야 한다. (「현대 복음 선교」 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