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6) 선교와 대화와 친교

namsarang 2010. 2. 9. 23:13

[선교,할수 있을까]

 

(6) 선교와 대화와 친교


                                                              양해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전례사목부 담당)

   "신부님, 감사합니다."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3층에서 예비신자들을 이끌 평신도를 양성하는 '함께 하는 여정 봉사자 교육'을 마친 신자들이 삼삼오오 나오면서 인사를 한다. 봉사자들은 12주 동안 매주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하는 여정' 교리서를 미리 습득하게 된다. 서울 각 본당에서 온 봉사자들은 진지한 태도로 강의와 대화 연습시간에 임하기에 그 열기가 강의실을 가득 채운다.

 함께 하는 여정은 기존 교리 중심의 주입식 강의를 보완해 생활과 하느님 말씀을 나누는 소공동체적 교리 과정이다. 실생활에서 체험하는 하느님 말씀을 봉사자와 예비신자가 함께 대화를 통해 나누게 된다. 그리고 궁금한 교리에 대해 함께 찾고 학습해 나간다.

 전달식 강의는 40%도 기억하기 어렵지만 피교육자가 직접 참여하는 교육은 90% 이상 기억에 남기에 효과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평신도들의 적극적 참여를 강조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서울대교구 시노드 정신을 보다 더 잘 구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함께 하는 여정 교리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정 프로그램의 핵심인 '대화'다. 대화란 대화하는 사람과의 친밀함을 전제로 한다.
 
그러기에 예비신자가 이 대화에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면 어떻게 예비신자들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용기를 갖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그 첫 단추는 여정 봉사자들의 진솔한 자기 이야기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평상시 자신의 대화가 늘 솔직한 감정표현, 신앙고백이 되도록 생활 속에서 대화 훈련을 해야만 한다.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소공동체 모임에서, 또 가족들과의 대화에서 솔직한 신앙 표현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매순간 깨어있는 자세로 마음의 문을 열어 놓아야 할 것이다. 그 다음은 예비신자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 줘야 한다.

 예비신자들 이야기는 신앙면에서 아직 정제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신앙과는 거리가 멀고,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남의 이야기 내지 가벼운 이야기가 되기 쉽고, 아예 말하기를 두려워할 수도 있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우리가 예비신자였던 그 때 마음을 돌이켜 보자. 단지 그들은 우리보다 묵상과 나눔에 덜 익숙할 뿐이다.

 예비신자가 마음을 열고 참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온유한 마음으로 인내하고 또 인내하는 사랑과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강요의 유혹을 물리치면서 말이다. 이 강요는 한국 교회의 선교가 넘어야 할 어려움이다. 상대방이 우리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복음을 전달하려는 실수를 범하는 것이 강요이다.

 선교란 대화이다. 대화는 분명히 서로 간의 친교가 전제돼야 한다. 그 친교란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나의 인내가 이뤄낸 선물이다. 그러므로 선교를 계획할 때는 대화의 의미를 잘 파악해, 대화를 활용하는 선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자.
 
 참된 대화는 어디서나 원하는 대로 움직이시는 성령께서 인간에게 작용하신 모든 것에 대한 깊은 존경을 요구한다. 교회는 그래서 대화를 통하여 '말씀의 씨앗'과 '모든 사람을 비추는 진리 자체의 빛을' 밝히고자 한다. (「교회 선교 사명」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