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4) 선교의 원천이요 규범인 애덕

namsarang 2010. 1. 23. 10:21

[선교, 할수 있을까]

 

(4) 선교의 원천이요 규범인 애덕


몸소하는 사랑 실천 모든 선교의 지름길

   본 조르노 양!

 로마 유학시절, 항상 웃으시면서 교정에서 나를 맞으시는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은 바로 나의 논문 지도 교수 알베르또 트레비졸 신부였다. 강의 때마다 "항상 선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하지 교리와 교회를 가르치는 것은 그 다음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한 예로 고 김수환 추기경님에 대해 언급하셨다. 독재에 항거하셨고, 항상 가난하고 소외당한 사람들 편에서 그들의 권익을 위해 사신 분이라고 전 세계에서 온 우리 반 학생 신부, 수녀들에게 날카로운 어조로 약 10분 동안 말씀하셨다. 물론 내 눈을 쳐다보면서 "그렇지 않냐"고 물어보셨다.

 내 마음 한쪽에서 자부심이 밀려왔다. "이탈리아 신부가 이역만리 떨어진 작은 나라 한국의 추기경님을 이렇게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전 세계에서 온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시는구나!"

 그러나 마음 다른 한쪽에서는 내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학생들이 나를 통해서 추기경님을 알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 강의 시간 이후에 내 행동이 무척 조심스러워졌다.

 알베르또 지도 교수님께서는 특히 우리 한국 신부, 수녀님들을 사랑하셨다. 언어에 대한 장벽이 있음에도 밤낮없이 열심히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을 언제나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

 하지만 학문에서는 절대 양보가 없으셨다. 내가 논문을 거의 완성해 나가는 시점에서 교수님께서는 한 마디 말을 던지셨다. "이게 논문이야? 너만의 생각이 없잖아." "아이고!" 한 마디로 암흑같은 절망이 내게 다가왔다.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는걸까? 몇 년 동안 고생했건만…."

 교수님은 내게 한 달 동안 침묵하며 차분히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해 보라고 말씀하셨다. 성당에 있을 때, 길을 걸을 때, 산책을 할 때에도 나는 골똘히 나 자신만의 생각을 찾아내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기를 한 달, 마침내 나는 독창적인 생각을 찾게 되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급한 마음에 지도 교수를 찾았다. 그러나 그분과 통 연락이 닿지를 않았다. 결국 월요일이 돼서야 내 생각들을 제출하고 인정을 받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는 주말이면 가난한 동네에 가서 '육체 봉사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연학에 몰입하고 학장의 책무도 많은데 주말이면 늘상 봉사를 나간다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는 꽤나 당황했다. '바쁜 교수직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짬을 내 봉사를 하시는구나! 그래서 강의 시간에 힘이 있으시구나!'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친절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하며 학문에는 철저하셨던 분,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내어 사랑을 몸소 실천하시던 알베르또 교수님.

 믿지 않는 이들에게 예수님을 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현명한 방법은 자신의 삶을 철저히 하느님께 지향된 삶으로 바꿔 가는 것이다. 이웃에게 친절하면서도 자신에게는 철저하고, 남 모르게 이웃에게 봉사하는 삶, 믿지 않는 사람들도 존경할 수 있는 인격의 소유자가 돼야 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이 덕목이야말로 선교의 첩경이리라.
 
 나는(교황) 크나 큰 사랑과 겸손된 봉사로 개인과 사회의 보편적 발전을 위하여 일하고 있는 선교사들에게 감사하는 바이다.…이 사랑은 선교의 원동력이었고 지금도 그렇다.(「교회 선교 사명」 60) 

                                                             양해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 전례사목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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