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에서 남녀가 무슨 일을 하고 있다가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당황한 듯 하다. 아마도 방 안의 여인은 기생의 몸종이고, 방안의 남자는 기생을 찾아왔다가 그녀의 몸종과 사랑을 나누던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갑자기 기생이 들어오니 사내는 이불로 자신의 벗은 몸을 가린 듯 하다. 혜원의 춘화 중에는 이와 같은 내용으로 이불을 덮지 않은 채 벌거벗은 사내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 있다.
[ 단오풍정(端午風情) (1805)]
신윤복의 작품 중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단오날에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뛰며 놀던 조선 시대 여인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놀이의 이유는 악귀를 물리치고자 하는 액땜의 뜻이 있다고 한다. 멀리서 목욕하는 여인들을 훔쳐보고 있는 소년들은 절간의 젊은 스님들 같은 데 그 모습이 익살스럽다.
일반 집에서 굿을 하고 있는 풍경이다. 갓을 쓰고 부채를 들고 춤을 추는 무당 앞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빌고 있는 아낙들의 모습이 보인다. 혜원은 이렇게 흥미롭고 이색적인 생활의 풍경을 화폭에 담길 즐겼다. 그래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이 기녀, 무녀들이다. 여기서도 기녀의 붉은 의상은 우리의 시선을 기녀에게 집중시키고 있다.
평론가들에게 신윤복 회화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작품이다. 연꽃이 활짝 핀 연못 을 바라보며 여인의 모습을 시원하면서도 운치있게 그려내었다. 생황을 불려는 듯 한손에 들고, 다른 손에는 담뱃대를 든 채 툇마루에 앉아 있는 이 여인은 은퇴한 기생인 퇴기인 듯 하다. 순간의 모습을 잘 포착하여 깔끔하게 화면에 담아낸 혜원의 솜씨가 놀랍다.
[ 월하정인(月下情人) (1805)]
어스름한 달빛 아래서 양반인 듯 잘 차려 입은 남자가 초롱불을 들고 길을 재촉하는 것 같다. 여자는 쓰개치마를 둘러쓰고 다소곳한 모습으로 조금은 주저하는 듯한 모습이다. 배경은 간략히 묘사되어 있지만 대신 이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미루어 짐작되는 그네들의 감정은 온 화폭이 모자라는 듯 넘쳐흐르고 있다. 왼쪽 담에는 "달은 기울어 밤 깊은 삼경인데,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이 안다 (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 라고 씌여 있다.
[ 주사거배(酒肆擧盃) (1805)]
주막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취객들과 주모의 모습을 그려내었다. 그러나 여느 주막과는 다르게 주변의 기와집과 마당 안의 매화도 보이는 것이 양반들을 상대하기에도 손색없는 꽤 반듯한 집 같아 보인다. 술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손님들도 선비와 양반들인 듯 하다. 매우 일상적인 조선시대의 한 생활상이다.
특별히 하는 일없이 유희나 즐기며 세월을 죽이고 있는 상류계급의 선비들을 한량이라고 한다. 그 한량들이 기녀들을 데리고 뱃놀이를 나왔다. 조선 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화면 위쪽에는 “피리 소리는 바람을 타서 아니 들리는 데 흰 갈매기가 물결 앞에 날아든다” 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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